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든 일이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인터스텔라’를 보며 ‘허니 버터 칩’을 먹는 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 최근호가 보도했다. 한국에서 영화 ‘인터스텔라’ 열기를 소개하는 기사의 한 대목이었지만 한국인의 유난스러운 쏠림 현상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11월을 강타한 이 ‘쏠림’에 빠질 수 없는 게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의 해외 직구 행렬이다.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블랙 프라이데이는 엄청난 매출로 기업들의 장부가 흑자로 돌아선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업들은 상품을 대폭 할인해 판매하고 소비자들은 미리 찜해둔 상품을 이 기간을 이용해 구매한다. 원하는 제품을 선점하기 위해 매장 앞에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미국인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선 느낌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이 세일 열기에 한국 직구족(族)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알음알음 진행되던 해외 직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부터. 지난해 1조1509억 원이던 해외 직구 금액이 올해 2조 원을 넘어설 것이 확실하다. 국경 없는 전자상거래 환경과 영어를 읽고 쓰는 데 불편함이 없는 세대의 등장, 국내 소비자 가격을 높게 책정한 일부 대기업 및 폭리를 취한 유통업체가 해외 직구의 성장세를 이끌었다. 특히 터무니없는 중간마진으로 배를 불린 유통업체들은 바짝 긴장해야 한다.
▷하지만 부작용도 나타난다. 사진만 보고 물건을 선택하다 보니 잘못 고를 가능성이 있다. 한국까지 배송 시간이 오래 걸려 적절한 이용 시기가 지나버린 뒤 제품을 받기도 하고 교환과 반품을 하기도 쉽지 않다. 만만찮은 배송 요금에 관세까지 물면 국내 세일 가격보다 별다른 이점이 없다는 말도 들린다. 이 기간에 뭐라도 사지 않으면 손해 보는 것 같고 유행에 뒤떨어지는 기분에 불필요한 제품을 사거나 과소비를 할 수가 있다. 인터넷에는 해외에서 배달된 물건을 받아들고 “내가 왜 밤새워 이런 물건을 샀을까”라고 자조하는 목소리가 올라온다. 앞서 나가는 행위에는 기회와 위험이 함께 따른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