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용 기자의 죽을 때까지 월급받고 싶다<29>
우선 해외 직구족들에게 한 가지 팁을 전하자면 ‘원화 대신 달러화로 결제하라’이다. 원화로 결제하면 원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는 단계가 추가돼 수수료 명목으로 결제대금의 3∼8%를 더 내야 한다. 소비자원이 조사해 보니 2013년에 원화로 결제한 사람 중 70% 이상이 ‘결제통화를 선택하라’는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자동으로 원화로 결제했다. 사이트 상단의 결제통화 지정 항목에서 통화 종류를 원화(KRW)에서 달러화(USD)로 바꾸는 걸 잊지 마시라. 또 해외여행 시 숙박시설을 예약할 수 있는 유명 사이트인 익스피디아를 이용할 경우 달러화로 결제를 하려면 한국인을 위한 사이트(www.expedia.co.kr) 대신 미국 사이트(www.expedia.com)를 이용해야 한다.
직구 열풍이 불고 금융실명제가 강화된 11월 29일 소비자들이 새삼 진지하게 받아들였어야 할 교훈은 ‘세금을 설렁설렁 계산하면 세금 폭탄을 맞는 데 그치지 않고 범법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실명제는 더 중요한 세금 문제를 담고 있다. 이 제도는 1993년 8월부터 이미 시행 중이었지만 계좌 실소유자와 명의자가 합의하면 차명거래도 허용한다는 점에서 반쪽짜리였다. 하지만 이제는 계좌 명의를 빌려준 사람과 빌린 사람 모두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소비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범법자가 되는 것 아니냐’며 동요하자 금융당국은 중산층 이하 서민들을 달래고 있다. ‘가족 명의의 차명 예금의 경우 배우자는 6억 원까지, 성년인 자녀는 5000만 원까지는 염려할 것 없다, 동창회나 부녀회 같은 친목모임 회비를 회장이나 총무 명의 계좌에 넣어두는 건 괜찮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방심하는 것은 금물이다. 예컨대 자녀가 태어나자마자 자녀 명의의 통장을 만든 뒤 성년이 되기 전까지인 18년 동안 연 3% 이자를 주는 적금에 매달 10만 원씩 넣는다면 2760만 원(복리 기준)의 목돈이 된다. 이는 미성년 자녀에게 증여세를 내지 않고 줄 수 있는 돈의 한도가 2000만 원이므로 금융실명법 위반이다. 우리 주변에 수많은 잠재적 조세포탈범이 있는 셈이다.
이들이 괜찮을지 금융위원회 이윤수 은행과장에게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증여세 한도를 초과한 차명계좌는 실명법 위반입니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 정도 법 위반에 대해 개인을 일일이 고발할 가능성은 없습니다. 2000만 원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내면 될 일입니다.”
세금에 대해 위기의식을 가지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 위기의식을 조금 발전시키면 세(稅)테크가 된다. 예를 들어 자녀가 10세가 되기 전에 2000만 원 이하를 증여하고 그로부터 10년 뒤 추가로 2000만 원을 증여하는 등 10년 단위로 쪼개 증여하면 세금도 내지 않고 금융실명법 위반으로 걸릴 일도 없다. 해외직구 시대와 금융실명의 시대에선 현명한 소비자가 재태커로서 성공할 가능성도 높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