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모 연세대 정경대학 교수
그동안 구조조정은 대부분 경제위기 시에 정부 주도로 실시되었다. 기업의 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은 기업 간 자발적인 합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고 상호 상승효과로 두 그룹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국민 경제적 관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해 경제 체질이 개선될 것이고 향후 대기업들 구조조정의 촉매제로 작용해 국가경제의 효율화에 기여함으로써 저성장을 탈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도 전자 소재 분야에 혁신역량을 집중하고 전자 산업의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더욱이 전자 산업에서의 역량을 바탕으로 차세대 산업을 개척함으로써 미래의 먹거리를 창출하는 데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번 구조조정이 두 그룹의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인 만큼 충분히 성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구조조정이 절실하다는 점을 천명한 바가 있지만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선제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노력은 미흡하다. 그동안의 구조조정은 적절한 시기를 놓쳐 기업 가치를 하락시키거나 채권단 위주의 기업 처리 방안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업매각을 신속하게 승인해 줌으로써 경영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을 하루빨리 제거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누리면서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필사적으로 재무장하고 있으며, 구미 경제는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이 악화되면서 우리가 설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경쟁력을 강화하여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지 못하면 경제 도약의 기회는 멀어진다. 이러한 측면에서 기술경쟁력과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하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진화된 구조조정 정책을 기대한다.
양준모 연세대 정경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