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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미국 경찰, 흑인에 과잉대응”… 美인권외교 휘청

입력 | 2014-12-01 03:00:00

유엔 고문방지위, 인권보고서 채택
“특정 인종 상대 공권력 남용 심각”… 인권 압박 받은 北-中선 비난 성명
퍼거슨 ‘인종차별 종식’ 217km 행진… 총 쏜 백인 경관은 사직서 제출




이른바 ‘퍼거슨 사태’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엔 고문방지위원회가 지난달 28일 흑인 등 인종·민족 소수자를 상대로 한 미국 경찰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는 보고서를 공식 채택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유엔 고문방지위는 미국 내 인권 및 고문 상황에 대한 ‘최종 견해’ 보고서에서 “경찰의 잔혹성과 경찰관에 의한 공권력 남용을 보여주는 다수의 보고에 깊은 우려를 표시한다. 이런 행위가 특정 인종과 민족을 상대로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미주리 주 퍼거슨 시에서 백인 경찰 대런 윌슨의 총에 맞아 숨진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부모가 지난달 초 고문방지위에 출석해 경찰의 과잉 대응을 주장한 뒤 채택된 것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고서는 “경찰의 인종 ‘프로파일링’(피부색 등 각종 정보를 기반으로 용의자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과 중무장화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시카고 경찰을 예로 들면서 “경찰이 체포에 저항하거나 즉각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전기충격 총을 사용해 용의자를 죽인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퍼거슨 사태가 국제 이슈화되면서 미국이 북한과 중국을 상대로 주도하고 있는 ‘인권 외교’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달 28일 논평에서 “형사재판 시스템에서 드러난 극심한 인종차별은 미국이 힘들게 쌓아 온 인권의 진전을 조롱거리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유엔 인권결의안 통과로 미국과 더욱 불편해진 북한은 미국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의 질의응답에서 “미국은 극심한 인종차별 행위가 공공연히 벌어지는 인권 불모지”라고 주장했다.

한편 퍼거슨 시에선 인종차별 철폐를 촉구하는 대규모 평화 행진이 지난달 29일 시작됐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가 주도하는 ‘정의를 위한 여정’은 브라운이 사망한 퍼거슨 시 캔필드 그린 아파트 앞을 출발해 217km의 구간을 걸어 5일 제이 닉슨 미주리 주지사 관사가 있는 주도(州都) 제퍼슨시티에 도착하는 7일간의 행진이다. 일부 시위대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미 최대 쇼핑 시즌 블랙 프라이데이(11월 28일)를 ‘브라운 프라이데이’로 고쳐 부르며 거리로 나서 경찰과 충돌했다. 퍼거슨 시 인근 세인트루이스 시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불매 운동에 나선 시위대 수백 명은 ‘갤러리아’ 쇼핑몰에 들어가 구호를 외치며 드러눕기도 했다.

브라운을 죽인 윌슨 경관은 29일 “퍼거슨 경찰과 지역의 안전을 위해 경찰직에서 물러난다”며 퍼거슨 경찰국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윌슨은 8월 퍼거슨 사태 발발 후 지금까지 유급 휴가 중이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