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착한 병원]<20>단국대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
《 2012년 경기 용인시 단국대 치대 죽전치과병원에 설립된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평일 진료 시작 시간이 일반 치과보다 조금 이른 오전 8시반 부터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환자에 대한 배려 때문이다. 이곳을 찾는 환자의 90%는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뇌병변장애 등 중증 장애인들로 치료 시 전신마취를 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전신마취를 하려면 8시간의 금식시간이 필요하다는 점. 하지만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하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은 공복시간이 길어질수록 힘들어한다. 이런 환자들을 배려해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아예 진료시간을 앞당겼다. 》
26일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방문한 한 지적장애 환자가 전신마취 후 치과 치료를 받고 있다. 용인=최지연 기자 lima@donga.com
중증 장애인들을 치료하려면 품이 많이 든다. 의사소통이 안돼 입을 벌리고 있기도 힘든 데다 치료대 위에서도 가만히 있지 못해 붙잡을 사람이 필요하다. 일반인은 의사 한 명만 있어도 가능한 치료에 이들은 서너 명이 필요할 때가 많다.
바닥과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턱을 없앤 휠체어 전용체중계.
하루 10명가량 오는 외래환자 중 전신마취 환자는 2, 3명. 전신마취는 마취 전후 시간까지 포함하면 한 사람당 3∼5시간이 소요된다. 일반 환자를 진료할 때보다 2∼3배는 더 드는 셈이다. 전신마취를 할 때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사회복지사, 영상의학과 의사 등 센터 전담의료진이 협진한다.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 김동현 원장은 “지방의 다른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서는 마취통증의학과 선생님을 구하지 못해 전신마취 치료를 1년에 한 건도 못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일찍 출근하는 것이 힘들기는 해도 우리가 조금 더 고생하면 환자들이 편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환자 배려한 원스톱 서비스
전신마취를 할 때는 심장과 호흡기계통의 건강 상태를 잘 파악해야 한다.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는 혈액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을 위한 임상병리실, 흉부방사선촬영실 등이 마련되어 있어 마취 전 원스톱 서비스 검사가 가능하다. 또 전신마취 진료가 끝나면 진료실 바로 옆에 있는 회복실로 이동해 안정을 취한다.
센터 내 각종 검사기기도 장애인들의 편의를 고려했다. 입구 쪽에 있는 휠체어 전용 체중계도 그중 하나다. 체중계로 올라가는 턱을 없애 바닥과 체중계가 부드럽게 연결되도록 제작했다. 센터 측은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쉽게 몸무게를 잴 수 있도록 체중계의 턱을 없앤 것”이라며 “이 밖에 휠체어를 타고 앉아 촬영할 수 있도록 높이를 낮춘 파노라마 촬영장치, 누워서 촬영할 수 있도록 제작된 기기 등 다양한 장비를 마련해 장애 환자들을 배려했다”고 말했다.
○ 정부 지원 받아도 운영 어려워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공사비, 리모델링비, 장비구입비 등 초기 시설비는 정부와 경기도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지금도 재료비, 장애인 환자들에 대한 진료 감면액 등을 지원받고 있다. 하지만 인건비나 운영비 등은 병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실제 센터가 제공받는 지원금액은 9∼10월경이면 모두 소진된다는 점. 다음 예산이 지급되는 이듬해 1월 전까지 두 달 정도는 순전히 병원 자체 예산으로 운영한다. 진료만으론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김 원장은 “잇몸병을 유발하는 세균은 심장, 뇌, 간, 콩팥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치아 치료가 선행되면 각종 병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 환자들을 위한 시설이 확충되고 각종 지원이 활발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의사들 협진 돋보여… 기부 등 지원 늘려야”
착한병원 선정위원들은 장애인 환자들을 위해 체계적인 진료시스템을 갖춘 단국대 치대 죽전치과병원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 대해 “진짜 착한 병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대한병원협회 사업이사 유인상 위원(뉴고려병원 의료원장)은 “특히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의사 등 전담 의료진의 협진이 돋보였다”며 “많은 병원의 모범이 되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장동민 전 대한한의사협회 대변인은 “환자 만족도가 높은 만큼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하면 좋을 것”이라며 “의료진의 육체적 물질적 희생이 크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명애 의료기관평가인증원 인증사업실장도 “기타 단체로부터 기부를 받을 수 있는 방법 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우리 동네 착한병원’의 추천을 기다립니다. 주변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이 있으면 병원 이름과 추천 사유를 동아일보 복지의학팀 e메일(healt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용인=최지연 기자 lim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