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에서 황후 마리 앙투아네트로 분한 김소현. 김소현은 이 작품에서 무려 11벌의 의상과 8개의 가발을 번갈아 입고 쓰며 열연을 펼친다. 김소현은 배우인생의 정점을 찍은 명연으로 관객을 감동시키고 있다. 사진제공|EMK뮤지컬컴퍼니
■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 김소현
관객 만족 위해 한땀 한땀 만들려고 노력
마리 앙투아네트는 하루하루 예측불허
캐릭터 빠져 꿈까지 꿔…남편이 힘들죠
아들 주안이가 배우 된다면? 안 시켜요
극 이 끝나고 조명이 들어오자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윽고 맨 뒤에 있던 김소현(39)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모든 배우들이 그녀에게 길을 내주었다. 샤롯데시어터 1200여 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기립했다. 귀를 얼얼하게 만드는 박수가 그녀에게 쏟아졌다.
프랑스 루이 16세의 여인, ‘베르사이유의 장미’로 불린 황후 마리 앙투아네트의 마지막 7년을 다룬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를 통해 김소현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지금까지 보아 온 그녀의 연기는 잊어라”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의 와인바에서 만난 김소현은 “이런 작품은 처음”이라며 인터뷰 중 몇 번이나 울컥했다.
-명연기였다. 관객은 물론 평단의 평가도 호평일색이다. 단단히 칼을 벼르고 나온 모양이다.
“그런가. 배우는 사실 누구나 작품에 대해 칼을 간다. 요즘 관객들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 관객이 봐서 연민을 느껴야할 정도면 100만 번 정도 생각을 하고, 한 땀 한 땀 만들어내야 한다. 그런데 다시 태어나면 남자배우로 태어나고 싶다. 해보고 싶은 게 너무 많다(웃음).”
-마리 앙투아네트는 14년차 배우에게도 쉽지 않은 캐릭터같다.
“익숙해지지 않는 작품이다. 공연을 하다보면 나름 계산이란 게 생기기 마련이다. 심지어 ‘오페라의 유령’도 어느 정도는 가능했다. 하지만 마리 앙투아네트는 하루하루가 예측불허다.”
-무대에서 울어도 너무 운다.
“‘어떻게 그렇게 우냐’고들 하시는데 나도 그게 조절이 되면 좋겠다. 수도꼭지처럼 잠그면 안 나오게. 사실 얼마나 불쌍한 여인인가. 마녀사냥도 이런 마녀사냥이 없다. 마지막 커튼콜 때 무대 뒤로 퇴장을 했다가 나오는 게 아니다. 계속 서 있다가 나온다. 감정을 추스를 시간이 없다.”
-재판정에서 최후의 변론을 하는 장면이 오래 남는다.
-아들 이야기가 나온 김에 28개월 된 아들 주안이 얘기 좀 해보자. 요즘 TV 예능 프로그램 ‘오 마이 베이비’를 통해 주안이도 국민스타가 됐다. 주안이가 커서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난 반대다. 아빠(손준호)는 하고 싶으면 뭐든지 시키겠다는 주의지만. 배우는 힘든 직업이다. 아이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주안이 동생 계획은 있는지.
“물론 있다. 주안이가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안쓰럽다. 하지만 딸은 싫다. 세상이 너무 험해서 딸을 키우는 게 무섭다. 내가 하루 종일 졸졸 따라다닐 것 같다(웃음).”
-남편 손준호 씨도 정상의 뮤지컬 배우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깜짝 놀랄 뭔가를 준비 중이다. 다만 지금은 내가 작품에 집중할 시기라고 생각해 준다. (아이도 있고) 지금은 둘 다 열심히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본인은 앞으로 시간이 많기 때문에 내가 더 열심히 하라고 한다.”
-뮤지컬은 장기간 공연을 한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은 평소 생활에서도 캐릭터로부터 좀처럼 빠져 나오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데.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 마디.
“마리 앙투아네트는 배우, 스태프 모두가 정말 힘들게 만든 작품이다. 오전 10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까지 함께 연습한 작품은 처음이다. 라이선스 작품이지만 창작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박수 많이 쳐 주셨으면 좋겠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