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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북송후 1년간 고문”… 또 건넌 두만강

입력 | 2014-12-02 03:00:00

[채널A 개국 3주년 기획]국경 너머에도 천국은 없었다
再탈북 5시간만에 만난 30세 여성… “탈북→강제결혼→북송 악몽 탈출”




北을 뒤로하고… “이젠 南으로” 지난달 15일 새벽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임영미(가명·왼쪽 사진 오른쪽) 씨가 이날 오전 중국 지린 성 옌지의 한 호텔에서 채널A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 씨가 건너온 두만강과 건너편 함경북도 회령을 중국에서 바라본 모습. 옌지=박연수 채널A 영상취재팀 기자

‘경비대에 발각되면 죽어야지….’ 지난달 15일 오전 5시쯤. 살얼음이 얼기 시작한 두만강을 바라보며 임영미(가명·30) 씨는 속으로 되뇌었다. 지옥 같았던 교화소에 다시 끌려가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왼발을 두만강에 담갔다. 며칠간 비가 내리지 않았던 덕에 물살은 세지 않았다. 북쪽 경비대 초소는 조용했다. 강을 건너며 임 씨는 ‘이제 살았다’고 생각했다.

임 씨가 중국 땅을 다시 밟은 것은 4년 만이다. 2003년 3월 꽃다운 열아홉 살의 나이로 국경을 넘었지만 자유는 없었다. 중국인 남성과 강제로 결혼해 랴오닝(遼寧) 성 농촌 마을로 떠났다. 임 씨보다 아홉 살 많은 중국인 남편과의 사이에서 아들(현재 11세)도 한 명 낳았다. 2010년 8월 이웃 주민의 신고로 새벽에 갑자기 집으로 중국 공안이 들이닥쳤다. 국경을 넘은 지 7년 5개월 만에 임 씨는 강제 북송됐다. 북한으로 보내진 임 씨는 보위부에 끌려가 1년간 매일같이 맞으며 취조를 받았다. 온갖 고문으로 몸이 망가졌지만 다시 교화소로 끌려갔다. 1년 4개월 만인 2012년 말 만신창이가 된 몸을 끌고 교화소에서 나왔다. 자포자기한 상태로 있던 임 씨에게 먼저 탈북해 한국에서 살고 있는 동생이 연락을 했다. 한국으로 오는 것을 돕겠다고 했다. 마지막 기회였다.

지난달 15일 오전 10시쯤 중국 지린(吉林) 성 옌지(延吉)의 한 호텔에서 탈북 5시간 만에 채널A 취재팀과 만난 임 씨는 아직 긴장이 채 풀리지 않은 표정이었다. “빨리 한국에 가서 감시받지 않고 살고 싶어요. 동생도 만나고 자리 잡으면 중국에 두고 온 아이도 데려와야죠.”

옌지=김민찬 채널A 기자 mc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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