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 檢, 靑 속전속결 주문에 ‘투트랙’으로 朴대통령 발언이후 분위기 급변… 명예훼손 부분은 형사부가 맡아 공직기강비서관실 압수수색 나설듯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문건 유출 관련 부분을 특별수사2부(부장 임관혁)에, 명예훼손 부분은 전담 수사 부서인 형사1부(부장 정수봉)에 나눠서 배당했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가 ‘정윤회 동향’ 문건을 보도한 당일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 8명 명의로 고소장이 접수된 지 사흘 만이다.
현 정권의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대거 고소에 나선 사건인 만큼 휴일에도 검찰 지휘부는 고소장 내용을 검토한 뒤 사건 배당을 놓고 수차례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전날까진 명예훼손 사건을 통상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사건 전체를 형사1부에 맡기는 쪽이 우세했다. 그러나 주말 사이 문건 작성자인 박모 경정과 정보분실 소속 경찰들에 의해 유출됐다는 의혹에 이어 ‘청와대 내부의 문건 도난 유출설’까지 보도되면서 사건이 복잡해졌다.
사건 배당 문제로 이날 오후 늦게까지 회의를 거듭하던 검찰은 문서 유출 의혹 부분만 따로 떼어내 옛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특별수사부에 맡기기로 했다. 문서 내용의 진위를 가려야 하는 명예훼손 사건은 형사부에서 진행하는 대신 수사의 효율성을 위해 특수부 지휘라인인 3차장검사가 사건 전체를 지휘하도록 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국민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안은 정 씨가 청와대의 ‘그림자 실세’로 국정에 개입했는지 여부인데 검찰이 대통령 관심 사안은 특수부에, 국민 관심 사안은 형사부에 배당한 격”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 수사의 출발점은 결국 문제의 문건이 작성된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될 수밖에 없다. 문서를 작성한 컴퓨터를 비롯해 어떤 경로로 문서가 유출됐는지 파악하기 위해선 권력의 핵심부인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문건의 실체와 유출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적인 과제라고 보고 조만간 박 경정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청와대 근무 당시 박 경정의 직속상관이자 검사 출신인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도 조사를 받을 수밖에 없다. 문건을 보고받은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나 문건에 등장하는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도 어떤 형식으로든 고소인 또는 참고인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미 올해 3월 문건 유출이 문제가 돼 청와대가 자체 조사를 벌이고도 진상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8개월이 지나 진행되는 검찰 수사로 실마리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정 씨가 연루돼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은 이번 사건까지 모두 5건으로 늘어났다.
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