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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오바마라면 세계일보를 어떻게 했을까

입력 | 2014-12-02 03:00:00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청와대 소식지인 ‘청와대 브리핑’을 발행했다. 2002년 대통령선거 때 후보 동정을 전한 ‘노무현 브리핑’이 히트를 치자, 이를 이어받아 정책 해설에 미디어 비평까지 추가한 홍보자료였다. 언론의 비판 기사를 되받아치는 것은 물론이고 까칠한 기자를 ‘외눈박이 기자’라고 비난하며 정권의 방패막이를 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정권에서 언론사까지 운영하느냐”고 수군거렸다.

▷미국의 친(親)공화당 방송인 폭스뉴스의 대통령 보도를 보면 적대감이 물씬 묻어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저주하는 듯한 적대적인 표현도 보인다. 보수적인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자주 경제 정책에 딴죽을 걸지만 백악관은 “그런 방송과 신문 아니냐”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이니까 이 정도 비판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 때 질문 기회를 아예 주지 않거나 대통령 인터뷰를 차단하는 것으로 해당 언론사에 ‘보복’을 한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 문건 보도와 관련해 세계일보 취재 기자와 간부들이 청와대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했다. 청와대 문건 유출이 잘못인지,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언론이 문제인지 헷갈린다. 먼저 언론사에 정정 보도를 요청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낼 수도 있으나 보도 당일에 고소장부터 냈다. 대통령비서 8명이 고소장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석비서관회의에서의 진노를 보면 대통령 뜻이 담긴 것 같다.

▷오바마 대통령이라면 어땠을까 상상해본다. 기자실을 찾아와 “황당한 일이 벌어져 최고 국정책임자로 송구스럽다”며 머리를 숙인 뒤 진상 규명을 다짐하지 않았을까. 어제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 정윤회 문건에 대해 ‘국기(國紀) 문란’과 ‘일벌백계(一罰百戒)’라는 말을 했다. 최고의 권부에서 “법대로 하자”며 검찰청에 고소장을 덜컥 내는 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세계일보가 오보를 했다면 마땅히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청와대와 언론이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권력에도, 언론에도, 국민에게도 좋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