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혁신 ‘골든타임’ 2부] 佛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변신 철강→전기설비→에너지 솔루션… 30여년간 주력사업 계속 전환
“세계는 변하고 있고 경주는 이미 시작됐습니다.”
지난달 4일 프랑스 파리 근교의 슈나이더 일렉트릭 본사 ‘르 하이브’에서 만난 이 회사 최고기술책임자(CTO)인 파스칼 브로세 혁신부문 수석부사장이 헤어지기 직전 한 말이다. 1시간에 걸쳐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성공적인 사업 전환에 대해 설명한 그는 이 한마디와 함께 “글로벌 시장은 가격 경쟁에서 혁신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1836년 설립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철강, 중장비, 조선사업 등에서 두각을 나타낸 전통 제조업체였다. 주력 산업인 철강업이 부진하자 1980년대 중반 전기설비 시장에 과감하게 진출했고 1990년대에는 전력공급 시스템 부문으로 사업의 축을 옮겼다. 2000년대 들어서는 통합 에너지 관리 솔루션 회사로 거듭났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최근 회사 내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강화하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이고 있다. 2010년 글로벌 SW 업체 SAP의 최고전략책임자(CSO)였던 브로세 부사장을 영입해 CTO 자리에 앉힌 게 대표적이다. 178년 역사의 슈나이더 일렉트릭에서 SW 엔지니어가 CTO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나다 투자자문사 코퍼레이트 나이츠가 세계에서 가장 지속 가능성이 높은 10대 기업 중 하나로 꼽은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경쟁력은 바로 공격적 변화에 있는 셈이다.
브로세 부사장은 “자동차만 보면 알 수 있듯이 글로벌 산업의 중심은 하드웨어(HW)에서 SW로 이동하고 있다”며 “슈나이더 일렉트릭처럼 다른 제조업체들도 앞으로는 구글, SAP, 마이크로소프트 등 SW 업체들과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선박 및 해양플랜트, 생산공장, 데이터센터, 업무용 빌딩, 주택 등에 최적의 통합 에너지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HW 사업부문은 전력 공급 및 제어장치를 생산하고 SW 사업부문은 이를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한다.
파리=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