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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행복의 원천… 세쌍둥이 재롱 보면 기쁨 세제곱”

입력 | 2014-12-02 03:00:00

[출산 없이 미래 없다]<8·끝> ‘아빠 육아맨’ 3人의 유쾌한 수다




일요일인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을 산책하는 아빠 육아맨 삼인방과 아이들. 왼쪽부터 송준헌 과장과 셋째 민우 군, 최용규 과장과 첫째 은우 양, 배우 송일국 씨.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육아는 우리에게 맡겨라.” TV 예능 프로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세 쌍둥이를 돌보는 배우 송일국 씨(43), 보건복지부에서 남성 최초로 육아휴직을 쓴 송준헌 아동복지정책과장(51), 2011년 출범한 아빠육아모임 ‘100인의 아빠단’ 멤버 최용규 동양매직 R&D본부 과장(37). 아이 키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세 아빠다.
전문가들은 “이들처럼 남편이 육아에 적극적인 가정일수록 아이를 더 많이 낳는다” “아빠 육아맨이 많아질수록 가정과 일터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지난달 23일 서울 강남구의 한 음식점에서 세 사람이 모였다. 송일국 씨는 주연을 맡은 연극 ‘나는 너다’의 공연 개막(지난달 27일)을 앞두고 맹연습 기간에 짬을 냈다. 송 과장과 최 과장은 일요일인 이날 각각 아이를 대동했다. 이들은 아이 키우는 즐거움과 좌충우돌 육아 경험을 유쾌한 수다로 풀어놨다. 송일국 씨의 세 쌍둥이 아들 대한, 민국, 만세를 주제로 이야기가 시작됐다. 》

▽송일국=주위에서 막내 만세가 귀엽다는 얘기를 하는데, 요즘 말 안 들어 죽겠다. 세 쌍둥이가 태어난 뒤 매일 육아 전쟁을 치르느라고 드라마 한 편 제대로 본 적이 없다.

▽송 과장=저는 5년 전 ‘실수’로 늦둥이 셋째를 가졌다. 실수하면 애국할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처음에는 하늘이 노랗더라. 그런데 아내가 ‘뭘 고민하느냐. 낳아 키우면 되는 걸’이라고 하더라.

▽최 과장=첫째 키울 땐 너무 바빠서 아이를 못 봐줬다. 아이가 내 얼굴만 봐도 울었다. 근데 (육아를 많이 도와준) 둘째는 아빠가 기저귀를 갈아주면 가만히 누워 있다.

▽송 과장=육아 필살기가 있다. 아이를 심심하게 만들어 빨리 재우는 것. 애가 자면 나의 행복이 시작된다. 하하. 애들은 잘 때가 가장 예쁘다.

▽송일국=공감 100%다. 아이들 보느라 가끔 욱하다가도 잘 때는 천사 같다.

▽최 과장=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위해서는 시간 안배와 원칙을 세우는 게 중요하다. 수요일 저녁은 항상 가족과 함께한다. 주말에 경조사가 생기면 가족이 다 함께 간다. 아이에게 뭔가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을 가지면 스스로 피곤하다. 그저 같이 놀면 된다.

▽송일국=저의 육아 원칙은 부부가 행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부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진다. 아내는 (성격이) 하드코어다. 저는 비정규직이고, 아내는 정규직(판사)이라 생활리듬이 잘 안 맞는다. 요즘은 아내에게 (마음을) 많이 표현하려고 한다. 서로 존댓말을 한다. 화가 날 때는 극존칭으로 바뀐다. ‘저희 얘기 좀 하시죠’라고….

▽최 과장=사춘기를 지나서도 아이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려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엄마만큼 아이를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빠의 육아 철학과 엄마의 육아 원칙이 충돌하면 대화로 서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송 과장=하나만 낳으면 아이에게도 불행이다. 아이에게 집착하면 아이를 아이답게 키우지 못한다. 아이가 많으면 부모가 통제할 수 없는 사각지대가 생기는데, 이게 아이를 창의적으로 만든다.

▽최 과장=최근 누리과정 예산 문제 등으로 시끄러웠다.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하니 아이를 안 낳는다. ‘정부가 잘 보살펴주니 믿고 아이를 낳아야지’라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

▽송 과장=10년 전 육아휴직을 신청했을 때, 나이 지긋한 선배들이 ‘말도 안 되는 놈’이라고 하셨다. 육아를 빙자해 휴직한 게 아니었다. 11개월 동안 육아에 대해 고민했고, 첫째아이 어린이집 운영 이사장까지 맡았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송일국=아내가 공무원이라서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잘 안다. 여성은 1년 유급, 2년 무급휴직이 가능하다.

▽송 과장=여성가족부에서 여성에게만 육아휴직을 더 많이 주는 게 남녀차별이라고 해서 법 개정이 진행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남성도 3년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그러면 1년 더 육아휴직을 할 생각이다. 법이 바뀌면 여성은 아이가 만 8세가 될 때까지 3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다.

▽최 과장=민간기업 남성은 육아휴직이 거의 불가능하다. 여성도 눈치를 보면서 쓴다. 아이 낳고 퇴직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송일국=아이 뇌는 두 살 때까지 발달한다고 하더라. 이때까지의 영양분 공급과 부모와의 애착관계가 아이의 미래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도 육아휴직을 해야 한다. 법이 바뀌면 아내는 9년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최 과장=수유실에 아빠는 못 들어간다. 아빠 육아를 위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송일국=얼마 전 일본에 갔었는데, 공항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가는 시설과 아이와 화장실을 함께 쓸 수 있는 시설이 아주 잘돼 있더라. 우리는 아직 멀었다.

▽최 과장=우리는 그래도 행복한 사내들이다. 아이를 통해 내 자신의 삶에 대해 되돌아볼 수 있고 이를 통해 마음의 힘을 얻는 사람들이다.

▽송 과장=아이는 몇 안 되는 행복의 원천이다. 아이들은 과속하고 있는 삶에서 브레이크와 같은 존재다. 아이들 때문에 여유와 배려를 배운다.

▽송일국=처음 세 쌍둥이가 태어났을 때 기쁨은 세 배, 힘든 것은 세제곱이었다. 근데 요놈들 재롱을 보면 지금은 힘든 것은 세 배, 기쁨은 세제곱이 됐다. 나라에도 가장 큰 애국이다.









▼9년간 66조원 쏟아부어도 출산율은 뚝뚝▼

컨트롤타워 없어 위원회 개점휴업… 전담장관 두고 초혼연령 낮춰야



정부의 ‘저출산 정책 10년’은 실패였다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평가다.

우리나라에서 저출산 문제가 불거진 시점은 2002년. 신생아 수가 처음으로 50만 명 아래로 떨어져 49만 명을 기록했을 때였다. 이때부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이 ‘초저출산’이라고 평가하는 1.3 밑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2005년 6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법’을 제정했다. 정부는 2006년 관련 예산 2조1445억 원을 투입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 14조8927억 원까지 저출산 해소를 위해 9년간 66조 원을 썼다. 하지만 2013년 합계출산율은 1.19로 더 떨어졌다.

이처럼 저출산 정책이 실패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컨트롤타워 부재를 꼽았다. 정부는 2005년 9월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발족했다. 위원회는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고 당시 재정경제부 교육부 문화관광부 여성부 등 12개 부처 장관과 민간 전문가 12명 등 24명의 위원으로 구성됐다.

위원회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보건복지부 소속으로 격하됐다가 2012년 5월 다시 대통령직속으로 돌아왔지만 활동은 미미했다. 현 정부 들어 위원회는 정부 인수위원회 시절인 지난해 1월 한 차례 열렸을 뿐 사실상 휴업 상태다.

김한곤 인구학회장(영남대 사회학과 교수)은 “일본은 전담 장관을 두어 저출산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며 “지자체와 중앙정부로 나뉜 정책 기능을 한곳으로 모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2007년 저출산을 담당하는 저출산대책담당상 직책을 장관급으로 신설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프랑스나 스웨덴 등 서양의 사례만을 벤치마킹한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 나라의 경우 동거 등 비(非)결혼 출산의 비중이 높은 반면, 우리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는다. 결혼 장려와 초혼 연령 낮추기에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그동안은 결혼 가정의 출산 지원에 집중해 왔다는 지적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만혼 풍조와 이에 따른 산모의 고령화로 아이 두 명을 낳기가 힘든 구조”라며 “초혼 연령을 떨어뜨리고 결혼을 장려하기 위한 파격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통해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성용 강남대 교양학부 교수(사회학)는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한국에서 일과 가정 양립 정책은 서민에게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며 “여성은 비정규직 비율이 더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 여성에게 취업을 통한 자아실현만을 강조하면 출산율을 높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