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같은 금액이라도 출처에 따라 사용처가 다르기 마련이다. 노동의 대가로 얻은 돈은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한다. 반면 노력하지 않고 얻은 돈은 개인적인 즐거움을 위해 쓸 때가 많다. 지급 형태도 사용처에 영향을 끼친다. 꼭 필요한 제품은 현금으로 구입하고 상품권은 즐거움을 주는 제품을 살 때 지불하는 경향이 짙다. 이런 경향은 사람들이 돈을 관리하기 위해 마음속으로 계정을 만들기 때문이다. 심적 회계는 크게 실용계정과 쾌락계정으로 나뉜다. 실용계정은 직접적인 효용의 제품과 서비스를 구입할 때 관여하고, 쾌락계정은 간접적인 효용의 제품과 서비스를 살 때 활용된다. 실용서를 구입할 때는 마음속 실용계정의 돈을 꺼내 사용한다. 반면 즐거움을 안겨주는 소설책을 구매할 때는 쾌락계정을 이용한다. 그렇다면 돈의 출처와 지급 형태, 사용처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
미국 코넬대 등 공동연구진은 돈의 출처와 지급 형태, 사용처 등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진행했다. 성인 100명에게 서점에서 실용서와 소설책을 구입하는 상황을 상상하게 한 뒤 상품권과 현금으로 각각 어느 책을 살 것인지 정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상품권으로 소설책을 사고 현금으로 실용서를 사겠다고 했다. 다음에는 대학생 40명에게 간단한 일을 시키고 일부에게는 5달러짜리 상품권을 지급했고 나머지에는 현금 5달러를 줬다. 이후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는데 상품권을 받은 대학생은 주로 즐거움을 주는 제품을 구입했고, 현금을 받은 대학생은 주로 실용적인 제품을 샀다. 마지막으로 2006∼2012년 어느 대학의 구내 서점에서 팔린 서적 14만여 권을 분석했다. 상품권은 주로 소설 등의 구입에 사용됐고 실용서는 현금으로 구매하는 사례가 많았다.
상품권은 쾌락계정으로 분류된다. 심지어 육체적인 노동의 대가로 받은 상품권도 실용계정이 아니라 쾌락계정에 해당된다. 인간은 생활에 꼭 필요한 제품만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과도하지만 않다면 소비의 기쁨을 누릴 때도 필요하다. 상품권은 이런 상황에서 소비에 대한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활용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