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광풍, 터무니없이 올라간 몸값… 日은 9시즌 90승도 3년 56억원 2015년엔 김태균-김현수도 나오는데 적자 구단이 계속 감당할 수 있을까
▽80억 원에 사인한 삼성 윤성환의 계약금은 48억 원이다. 삼성의 올 한 해 입장 수입(64경기)은 48억7482만 원이다. 선수 한 명의 계약금으로 한 시즌 입장 수입을 통째로 준 셈이다. 최정과 장원준의 계약금도 40억 원 이상이다. 많은 사람이 ‘FA 대박’을 ‘로또 대박’에 비유하지만 실상은 로또와 비교도 안 된다. 최근 3차례 로또 1등 당첨금은 13억 원대였다. 확률 814만분의 1이라는 로또 1등에 세 번 잇달아 당첨돼도 40억 원이 안 된다.
▽입단할 때 직장 선택의 자유가 없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한곳에서 풀타임 9시즌(대졸 선수는 8시즌)을 채웠기에 그 정도 보상은 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없지는 않다. 세금도 아니고 구단이 자기 돈 쓰는데 문제 될 것 없다는 시각도 있다. 문제는 국내 모든 구단이 모기업의 지원이 없으면 당장 야구단을 운영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임금의 하방경직성이라는 게 있다. 한 번 오른 임금은 경제 여건이 변해도 떨어지지 않고 그 수준 이상을 유지하려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FA 몸값도 비슷한 것 같다. 선수들이 협상할 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자존심을 세워 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강민호가 받은 75억 원은 올해 최정의 계약 때 기준이 됐을 것이다. 내년에는 최정의 86억 원이 기준이 될 것이다. 내년에는 한화 김태균, 두산 김현수 등 적어도 타격에서는 최정의 기록을 뛰어넘는 타자들이 FA가 된다. 이들의 자존심 값은 도대체 얼마가 될까. 86억 원이면 프로배구단 두 팀을 1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 금액이다.
▽최근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도 국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아 긴축 경영을 하고 있다. 당장은 몇십억 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지만 이런 일이 누적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프로축구만 해도 수도권의 인기 구단을 보유한 대기업 고위 인사가 “이렇게 돈이 많이 들어가는 줄 몰랐다. 앞으로 이러면 운영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지금의 야구 인기가 끝없이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우리만 성적이 좋으면 된다’는 식의 무모한 경쟁이 계속되면 프로야구 전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 가운데 계약 이전보다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몇이나 되던가. 향후 FA 시장에 나오는 선수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미친 몸값’을 막기 위해 뭔가가 필요한 때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