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군사사학 교수가 본 전차부대 소재 영화 ‘퓨리’
전차는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퓨리’를 비롯해 영화 속 연합군이 사용하는 전차는 M4 셔먼 탱크, 독일군이 사용하는 전차는 티거 탱크다. 사진에 나오는 M4 셔먼은 가볍지만 그만큼 빠른 게 장점. 6·25전쟁에서도 북한군 T-34 탱크에 대항해 활약을 펼쳤다고 한다. 소니픽쳐스 제공
나종남 교수
영화의 주인공은 콜리어 하사(브래드 피트)와 신병 노먼(로건 러먼)이지만 ‘퓨리(fury)’라 불리는 탱크의 비중도 작지 않다. 제작진은 2차 대전에 실제로 사용됐던 탱크를 박물관에서 공수해 촬영했다. 전쟁 영화를 빠짐없이 챙겨 보는 전쟁사 전문가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44)는 “탱크와 무기의 고증은 꽤 신경 썼다. 하지만 전투 묘사는 과장된 면이 있다”고 했다.
○ 영화의 백미는 M4 셔먼과 티거 탱크의 대결
주인공이 전차부대 소속인 점도 눈에 띈다. 당시 티거 탱크로 대표되는 독일군의 전차는 숫자가 많지는 않았으나 성능은 세계 최강이었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후부터 20여 년간 항공기와 전차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다. 반면 미군의 주력 전차였던 M4 셔먼 탱크는 대량 생산은 했지만 티거 탱크에 비해 성능은 떨어졌다. 티거 탱크가 50t 이상의 중전차인 반면 6·25전쟁에서도 사용된 M4 셔먼 탱크는 30t 정도로 가벼운 전차에 속한다.
나 교수는 퓨리를 비롯한 M4 셔먼 탱크와 티거 탱크가 4 대 1로 격돌하는 장면을 영화의 백미로 꼽았다. 그는 “티거 탱크의 사거리는 1km 정도다. 이런 경우 미군은 가능한 한 가까이 다가가 상대적으로 장갑이 얇은 후위나 측면을 공격해야 하는데 영화에서 퓨리가 티거를 상대로 펼친 전술이 이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화에선 두 탱크가 굉장히 근접해 보이지만 실제 상황에서 이런 일은 흔치 않다”고 지적했다.
○ 마지막 전투는 “불가능해 보이는 전쟁”
이어 벌어진 독일군과의 전투 역시 현실감이 처진다. 나 교수는 “독일군이 판처파우스트라는 휴대용 대전차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렇다면 영화처럼 탱크 주변에 다가갈 게 아니라 원거리에서 대전차포 공격만 계속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