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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역 정우람, 더 우람해진 어깨

입력 | 2014-12-03 03:00:00

2년간 전투체육으로 몸 다지고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보류수당+병장 월급, 한달 135만원… 이 돈으로 버텨준 아내 정말 고마워
김용희 감독 “천군만마 마무리 왔다”




지난 2년간 군 복무를 하면서 꾸준히 몸을 단련해온 SK 정우람이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마무리 훈련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SK 제공

“고교 졸업 후 처음으로 돈을 아끼기 위해 버스로 운동장을 오갔죠. 내게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그때 새삼 다시 깨달았습니다.”

2012년 잘나가는 프로야구 선수였던 그는 연봉 2억8000만 원을 받았다. 그해 시즌이 끝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간 뒤 모든 게 달라졌다. 인천 제17보병사단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할 때 그는 한 달에 135만 원을 받았다. 군 보류수당 120만 원에 병장 월급 15만 원을 합한 것이었다.

야구를 떠난 두 시즌 동안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는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당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SK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29)이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정우람은 SK 불펜의 핵심이었다. 2004년 SK에서 데뷔한 그는 이듬해부터 중간계투 투수로 온갖 궂은일을 도맡았다. 2006년과 2008년에는 각각 82경기와 85경기에 출전했다. 선수 생활의 정점은 2012년이었다. 그해 마무리 투수로 변신한 그는 2승 4패, 30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20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는 9시즌 동안 무려 531경기에 등판했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2012년 중반부터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깨와 팔꿈치, 허리 등 성한 곳이 없었다.

군 생활은 그에겐 어떤 의미에서 치유의 시간이었다. 근무 시간에는 풀 깎고, 나무 나르고, 눈 치우느라 바빴지만 어깨를 쉬게 할 수 있었다.

그에게 가장 꿀맛 같던 시간은 ‘전투체육’이었다.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그는 동료 병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몸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퇴근 후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천 문학구장을 찾아 개인 훈련을 했다. 그는 “매일매일이 나와의 싸움이었다. 팀 동료들이 경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때의 심경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는 TV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가 얼마나 야구를 사랑했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9월 말 제대한 그는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팀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김용희 감독은 “한눈에 봐도 경기를 치르기에 손색없는 공을 던지더라. 마무리 투수가 비어 있는 팀 사정상 정우람의 복귀는 천군만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스스로 신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신인 때와 다른 점은 부양할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달에 100만 원 조금 넘게 벌면서 운동을 한답시고 저녁에는 가족과 함께하지 못했다. 없는 살림에 먹는 것부터 모든 것을 잘 챙겨준 아내(최은진 씨)에게 고맙다. 이제 세 살, 한 살인 두 아들 대한이와 민후에게도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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