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전투체육으로 몸 다지고 야구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고… 보류수당+병장 월급, 한달 135만원… 이 돈으로 버텨준 아내 정말 고마워 김용희 감독 “천군만마 마무리 왔다”
지난 2년간 군 복무를 하면서 꾸준히 몸을 단련해온 SK 정우람이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마무리 훈련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SK 제공
2012년 잘나가는 프로야구 선수였던 그는 연봉 2억8000만 원을 받았다. 그해 시즌이 끝나고 늦은 나이에 군대를 간 뒤 모든 게 달라졌다. 인천 제17보병사단에서 상근예비역으로 복무할 때 그는 한 달에 135만 원을 받았다. 군 보류수당 120만 원에 병장 월급 15만 원을 합한 것이었다.
야구를 떠난 두 시즌 동안 그는 많은 것을 잃었다. 그렇지만 그는 “얻은 게 더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 남자로서 당당히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그는 SK의 마무리 투수 정우람(29)이다.
피로가 누적되면서 2012년 중반부터 몸 여기저기에서 이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깨와 팔꿈치, 허리 등 성한 곳이 없었다.
군 생활은 그에겐 어떤 의미에서 치유의 시간이었다. 근무 시간에는 풀 깎고, 나무 나르고, 눈 치우느라 바빴지만 어깨를 쉬게 할 수 있었다.
그에게 가장 꿀맛 같던 시간은 ‘전투체육’이었다. 일과가 끝나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그는 동료 병사들과 함께 운동장을 뛰고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몸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다는 걸 스스로 느꼈다. 퇴근 후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인천 문학구장을 찾아 개인 훈련을 했다. 그는 “매일매일이 나와의 싸움이었다. 팀 동료들이 경기를 하고 있는데 혼자 집으로 돌아올 때의 심경은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에 와서는 TV를 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내가 얼마나 야구를 사랑했는지를 알게 됐다”고 했다.
9월 말 제대한 그는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에서 열린 팀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했다. 김용희 감독은 “한눈에 봐도 경기를 치르기에 손색없는 공을 던지더라. 마무리 투수가 비어 있는 팀 사정상 정우람의 복귀는 천군만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