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 해당 경찰관 PC-휴대전화 확보… 사무실서 복사-유포된 흔적 조사 靑 내부자 소행 여부도 확인나서
분주해진 檢 검 찰 수사관들이 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지방경찰청 정보1분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왼쪽 사진). 대검 특수부는 ‘정윤회 문건’ 작성자로 지목된 박모 경정이 근무하는 서울 도봉경찰서(오른쪽 위 사진)와 박 경정의 자택도 압수수색해 노트북컴퓨터 등을 압수했다. 전영한 scoopjyh@donga.com·홍진환 기자·뉴시스
박 경정은 청와대 행정관 파견 해제가 되기 전에 자신이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이곳에 두 상자 분량의 짐을 보냈다. 외근 정보경찰 10여 명이 근무하는 정보1분실은 각종 범죄 첩보 및 국회와 정부 정책, 경제 관련 정보를 수집 생산하는 곳이다. 나중에 박 경정이 아닌 다른 사람이 분실장으로 발령이 났지만 그 사이 이 사무실에 근무하던 경찰관이 박 경정의 보고서를 무단 복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박 경정이 다른 동료 경찰관에게 문건을 건네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외부에 유출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검찰은 이날 박 경정이 현재 근무 중인 서울 도봉경찰서 정보보안과장실 외에 정보1분실 직원이었던 최모, 한모 경위 등의 자택과 사무실에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개인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휴대전화를 복원해 이들이 박 경정 또는 외부인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 검찰은 또 정보1분실 내부에 폐쇄회로(CC)TV가 있는지도 점검했다. 검찰 관계자는 “문건이 여기에 실제로 있었는지, 이를 활용해 복사 등 다른 작업을 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압수수색 직후 정보1분실 직원인 최 경위, 한 경위와 서울도봉경찰서 직원인 임모 경위 등 경찰관 3명을 임의 동행 형식으로 불러 조사했다. 박 경정을 4일 조사하기에 앞서 이들로부터 구체적인 문서 유출 과정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검찰은 박 경정과 그의 상관이었던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추정하는 ‘제3의 청와대 내부자→청와대 파견 검찰 수사관→경찰’이라는 유출 경로의 진위도 동시에 확인하고 있지만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정보1분실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문건 유출 과정에 박 경정 외에 다른 경찰관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커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를 시작하자마자 검찰이 정보1분실 직원을 임의 동행한 것을 보면 내사가 충분히 진행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앞서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1일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힌 대로 정보1분실 직원들은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관의 물음에 답하거나 자료를 건네주는 등 압수수색에 협조했지만 표정들은 침통했다.
이건혁 gun@donga.com·조건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