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 ‘朴경정이 문서유출’ 정황 포착 4월 민정수석실 조사때 혐의 부인… 다른 증거 못찾아 아무 조치 안해 뒤늦게 “朴경정 소행” 지목
“문건 작성자인 박모 경정이 유출자다.”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문건을 빼돌렸다.”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 씨의 동향 문건을 비롯해 다량의 청와대 내부 문건이 새나간 경위를 놓고 엇갈린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청와대는 정 씨 동향 문건을 작성한 박 경정을 유출자로 지목하고 있다. 반면에 박 경정 측은 ‘절도설’을 주장한다. 누군가가 사무실에 몰래 들어와 자신의 문건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세계일보가 4월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의 내부 문건인 ‘행정관 비위 감찰 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을 당시 민정수석실은 ‘박 경정이 청와대를 나가기 전 문서 출력을 많이 했다’는 내용의 감찰 보고서를 작성했다. 다만 당시 박 경정을 유출자로 확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경정은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기강비서관실로 파견됐다가 올해 2월 경찰로 복귀했다.
박 경정은 민정수석실 조사 당시 자신이 문건을 유출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제시했다고 한다. 문자메시지는 ‘행정관 비위 감찰 보고서’에 등장하는 공무원 A 씨와 세계일보 기자 B 씨 등과 주고받은 것이다. A 씨는 B 씨가 자신을 취재하고 있다며 자신을 변호해 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박 경정에게 보냈다. 박 경정은 A 씨의 청와대 근무 당시 감찰 조사를 담당했다.
B 씨에게 박 경정의 휴대전화 번호를 건넨 이도 A 씨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 경정은 보도가 나가기 전까지 취재를 요청하는 B 씨의 문자메시지에 응답하지 않았다. 박 경정은 이런 정황을 볼 때 자신이 세계일보에 문건을 유출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경정이 문건을 다량 출력했다는 사실 이외에 다른 유출 증거를 찾지 못한 민정수석실은 박 경정을 상대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또 많은 내부 문건이 언론사로 흘러들어간 상황에서 되찾는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다. 청와대가 ‘정윤회 동향’ 문건 파문 확산에 일정 정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현수 soof@donga.com·이재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