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피로운전… 24시간 못자고 시속 60km 달려보니 정지거리, 정상때보다 8m 늘어나 곡선 주행실험선 수시로 코스 이탈… 100m 통과 시간도 1.5배 더 걸려
24시간 동안 잠을 자지 않은 오형철 교통안전공단 과장은 급제동 실험에서 30m 앞의 보행자 모형을 보고도 브레이크를 늦게 밟아 모형과 충돌했다(위쪽 사진). 곡선코스 주행 실험에서도 오 과장은 정상일 때와 달리 좌우로 크게 흔들리며 양옆에 세워진 고깔 러버콘을 수차례 넘어뜨렸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공단은 위급 상황 시 급제동 실험과 곡선코스 주행 실험을 진행했다. 이날 실험에 나선 교통안전공단의 연구원 2명은 각각 18시간, 2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고 실험에 참여했다.
위급 상황 시 대응 능력을 알아보기 위한 급제동 실험에서는 연구원이 시속 60km로 주행하다가 30m 앞에서 갑자기 나타난 보행자를 발견한 뒤 보이는 반응시간과 차량이 완전히 멈추기까지의 정지거리를 측정했다. 실험 사흘 전 정상 상황에서 브레이크를 작동할 때까지 운전자의 반응시간은 0.5초였지만 24시간 잠을 못 잔 상태에선 2배인 1초가 걸렸다. 차이는 0.5초에 불과했지만 정지거리는 8m나 늘어 34m를 기록했다. 이는 혈중 알코올농도가 0.08%일 때 반응속도가 평상시의 2배로 느려지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18시간 동안 잠을 못 잔 운전자도 반응시간과 정지거리가 각각 0.7초와 30m로 나타나 정상 상태보다 저조한 결과가 나왔다.
18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아 수면 부족 상태에 이르면 실제 술을 마셔서 법정 처벌 기준(0.05%) 이상의 혈중 알코올농도가 나올 때만큼 운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가영 국립교통재활병원 내과 교수는 “18시간 이상 깨어있는 상태가 유지되면 혈중 알코올농도 0.05% 상태처럼 반응이 느려지고 집중력이 저하된다”며 “이때 운전 조작 오류가 늘어나고 과속이나 잦은 차로 변경 등의 위험 행태를 보이기 쉽다”고 지적했다.
피로 운전이 음주운전만큼 큰 위협이 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경각심은 높지 않다. 이날 실험을 설계한 민경찬 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아직까지 운전자들이 피로 운전이 음주운전만큼 위험하다는 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잠이 부족하거나 피로가 느껴질 때는 충분히 쉬는 게 유일한 사고 예방책이란 걸 홍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