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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장택동]막 오른 공천 혁신

입력 | 2014-12-04 03:00:00


장택동 정치부 차장

국회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힘이 빠진 듯한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가 회심의 카드를 뽑아들었다. 의원들에게 가장 민감한 사안인 ‘공천제도’ 논의를 시작한 것이다.

1일 혁신위 회의에서 내린 결론은 ‘국민공천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전략공천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공천제도, 오픈 프라이머리, 상향식 공천제도, 완전국민경선제도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지만 국민의 투표로 총선 후보자를 뽑는 것이 핵심이다.

당장 김무성 대표가 국민공천제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7월 14일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직후 동아일보 인터뷰에서도 국민공천제를 언급하면서 “이거 하나만큼은 내가 확립하겠다”고 다짐했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원혜영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을 비롯해 지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내년에는 주요 선거가 없는 만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차분하게 논의를 진행할 여건은 마련돼 있다.

관건은 부작용을 얼마나 줄이느냐다. 가장 우려가 큰 부분이 ‘현역 프리미엄’이다. 지명도가 높고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현역 의원들이 경선에서 유리하기 때문에 정치 신인들로서는 부담이 크다. 실제 김무성 대표가 당선된 직후부터 일부 원외 인사들은 “앞으로 공천을 받기 어려운 것 아니냐”라고 푸념하고 있다. 반면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가장 쉽게 합의할 수 있는 혁신과제가 국민공천제”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현역 의원이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6월 미국 공화당 예비경선에서 7선의 에릭 캔터 하원 원내대표가 정치 신인에게 패배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공천제가 도입되면 총선 출마 희망자들이 여의도의 눈치를 보는 대신 지역구를 누비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자기가 지지하는 정당에 유리하도록 상대방 예비후보 중 ‘약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역(逆)선택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원의 핵심권리인 공직선거 후보 선출권이 약해진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극소수의 당 지도부가 행사해온 공천권을 국민에게 넘겨준다는 대의명분은 매력적이다. 정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지역구 후보자를 하루아침에 바꾸고, 공천권자의 심기를 거슬러 뚜렷한 이유 없이 공천을 받지 못하는 등의 폐단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단 경선 과정에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금권선거·조직선거로 흐른다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 또한 당 지도부가 ‘총선에서 패배하더라도 국민공천제는 지키겠다’는 각오를 갖고 ‘예외’라는 이름으로 전략공천을 하고 싶은 충동을 이겨내야 한다. 아울러 국민은 더욱 눈을 부릅떠야 한다. 국민이 좋은 후보자를 골라내지 못한다면 국민공천제 도입은 공천 절차만 번거롭게 만들 뿐이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