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욱 사진부 차장
어떤 문화권에서는 정치인이 머리 염색을 하면 언론과 여론의 집중 공격을 받기도 한다. 정치인이 나이에 따른 신체의 변화를 숨기는 걸 조작으로 보는 것이다. 2002년 독일 슈뢰더 총리는 귀밑머리를 염색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소송을 해 승소하기도 했다. 2011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중국 상무위원 9명의 나이가 52∼67세지만 이들 중 흰머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며 검은 머리에 대한 집착이 과도하다고 꼬집었다.
한국의 정치인들도 검은 머리를 선호해 염색을 한다. 우리 국민은 염색 문화에 관대한 걸까. 시비 거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머리 색깔뿐만 아니라 스타일도 정치인의 자기관리 항목 중 하나인 것 같다. 6월 보궐선거에 나왔던 한 유력 여성 정치인은 평소 세련된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선거 포스터 속의 그는 세련됨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였다. 약간 흐트러진 파마 머리는 서민층 중년 여성의 모습이었다.
머리에 헤어젤이나 왁스를 바르지 않는 게 특징이었던 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요즘 헤어젤을 바른 모습으로 국회에 나오고 있다. 자발적인 결정인지 주변의 조언을 듣고 스타일의 변화를 준 건지 알 수 없다. 그 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한 동료 사진기자는 “그를 신선한 정치 신인으로 봐왔는데, 제도권에 본격적으로 편입한 느낌을 준다”며 실망했다.
정치인의 헤어스타일은 중요한 전략이고, 실제로 어느 정도의 표를 얻는 데는 도움이 된다. 세련됨을 포기하고 국민에게 다가가는 것이 정치인의 진짜 모습인지, 아니면 선거 기간에만 서민의 이미지를 연출했다가 그후에는 세련됨으로 돌아가는 것이 진짜 모습인지는 국민이 판단해야 할 것 같다.
국회에 입성한 의원 대부분의 헤어스타일은 보조재와 염색약 덕에,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검은색으로 통일된다. 희끗희끗하거나 자유분방한 헤어스타일을 하면 국민이 ‘자기관리를 잘 못하는 의원’이라고 생각할까 봐서 그런 걸까. 하지만 사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정치인들의 용모보다는 철학과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