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원로의 쓴소리]
검찰이 ‘정윤회 동향’ 문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여권의 인적쇄신 기류도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윤회 문건의 진위를 떠나 청와대 내부 문건 유출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책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 3년 차를 앞두고 분위기 쇄신을 위해서도 인적쇄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 김기춘 실장 리더십 도마 위에
청와대 내부 문건이 한꺼번에 유출되는 ‘대형 보안사고’가 터졌지만 청와대의 대처는 미숙했다. 대통령민정수석실의 감찰은 부실했고, 유출된 문건을 되찾으려는 노력도 없었다. 이를 총괄 감독해야 하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의 리더십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 실장은 3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사퇴를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청와대는 공식 부인했지만 여권의 반발 기류는 만만치 않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새누리당 의원은 “김 실장은 비선 실세 논란을 예방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충언을 해야 하는 위치인데도 제 역할을 못했다”며 “김 실장은 박 대통령을 ‘윗분’이라고 언급하며 제왕 모시듯 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김 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이 책임지고 물러나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그 수사 결과를 국민들이 믿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똥’ 튈까
‘정윤회 동향’ 문건 논란을 통해 ‘문고리 권력’ 3인방이 연일 언론의 조명을 받으면서 인책론의 불똥이 이들에게로 번질지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3인방 중 일부라도 물러나지 않으면 ‘비선 논란’을 잠재우기 힘들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3인방이 이미 권력암투설의 핵으로 떠오른 만큼 ‘읍참마속(泣斬馬謖)’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3인방들은 최근 주변에 불면증을 호소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청와대 인적쇄신론의 불씨는 연말연초 개각론과 맞물려 당분간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월호 참사로 사의를 표명했다가 유임된 정홍원 국무총리나 이미 여러 차례 사의를 밝힌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교체 가능성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어서다. 결국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어떤 형태로든 인적 개편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재명 egija@donga.com·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