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유도무기 개전 3, 4일내 바닥… 軍 “2020년대초까지 20조원 필요”
군 소식통은 “미국 측은 정밀유도무기 위주로 한국군의 전투예비탄약을 최소 30일 치가량 확보해 달라고 제의했다”고 말했다. 미 측의 요청은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육군 대장)을 통해 최윤희 합동참모본부 의장(해군 대장) 등 한국군 수뇌부에 전달됐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북한의 군사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국군의 전쟁예비탄약 부족 문제를 더는 간과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방예산이 깎이면서 한국이 자국 안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미 군 당국은 개전 초 서울과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군 장사정포 진지를 비롯해 스커드미사일과 노동미사일이 실린 이동식발사차량(TEL), 핵과 미사일 기지 등 북한 전역 800∼1000여 개의 핵심 표적을 최단 시간 내에 제거하는 연합작전 계획을 갖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 측의 요청대로 전쟁예비탄약을 확보하려면 2020년대 초까지 20조 원이 들어가지만 우리가 계획 중인 예산은 10조 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전쟁예비탄약 예산을 점진적으로 증액하는 한편 유사시 해외에서 탄약을 신속 도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올해 10월 각 군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육군의 경우 대화력전 핵심 탄약인 K-9 자주포용 신형고폭탄은 개전 후 일주일이면 소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군도 120mm 함포탄과 잠수함에서 적 함정을 공격하는 잠대함유도탄 보유량이 일주일 치에 불과했다. 원거리의 적 잠수함을 추적 파괴하는 대잠어뢰인 홍상어 보유량은 3, 4일 치에 그쳤다. 공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대공유도탄 보유량이 일주일 치를 밑돌고 공대지유도탄도 개전 후 9∼15일이면 모두 소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