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탐사대, 설원서 한달째 ‘미션수행’
남극 운석 탐사대의 유일한 이동 수단은 헬기다(맨 위 사진). 기상 악화로 헬기가 못 뜨면 탐사대는 장보고기지 안에 발이 묶이고 만다. 날씨가 허락해 어렵게 운석 탐사를 나선 날 이종익 책임연구원이 운석을 찾기 위해 남극의 설원 위를 샅샅이 뒤지고 있다(중간 사진). 탐사대는 이번에 남극 눈 500kg을 공수해 와 우주먼지도 찾을 계획이다. 맨 아래 사진은 올해 1월 탐사에서 남극 눈을 상자에 담는 모습이다. 극지연구소 제공
한국 시간으로 3일 오전 8시 20분, 남극 장보고기지에서 반가운 전화가 걸려왔다. 이종익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남극 운석 탐사를 2006년부터 일곱 번이나 다녀왔지만 가장 큰 운석은 5kg에 불과했다”며 한껏 들떠 있었다.
○ 11kg 운석 발굴 쾌거…‘탄소질 콘드라이트’도 있는 듯
탐사대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짙은 구름 때문에 지난달에는 세 차례나 탐사를 접어야 했다. 2일에도 헬기를 타고 운석을 찾으러 출발했지만 강풍 때문에 아무런 성과 없이 1시간 만에 철수했다. 지금까지 발굴한 운석은 총 42개. 목표는 50개 이상이다.
이날은 탐사대에 운이 따랐다. 이 연구원은 “장보고기지에서 남쪽으로 300km 정도 떨어진 청빙(Blue Ice) 지대를 탐사 중”이라며 “오늘(3일) 찾은 것만 벌써 5개”라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로 바람 소리가 거셌다. “다행히 날씨가 좋다”는 이날도 바람은 초속 20m로 무섭게 불어댔다. 수은주는 영하 35도를 기록했다.
탐사대는 청빙 지대에 도착하자마자 흩어져 설원을 샅샅이 뒤졌다. 겉보기에 색이 유난히 검고 표면이 떨어져 나간 듯 보이는 돌멩이가 운석일 가능성이 높다. 일단 돋보기로 광물의 종류를 판단한 뒤 자성측정기로 돌멩이 속 철 함유량까지 확인해야 운석인지 아닌지 최종 판가름이 난다. 운석이라면 “빙고”를 외친다.
운석에만 정신을 팔다가는 자칫 크레바스(빙하가 갈라져 생긴 절벽)에 빠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로 이 연구원은 2010년 탐사 당시 크레바스 위에서 운석을 들여다보다가 다른 탐사대원의 다급한 외침에 황급히 빠져나오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탐사에서 발견한 운석 3, 4개는 ‘탄소질 콘드라이트’로 추정된다”며 “유기물이 들어 있는 탄소질 콘드라이트는 생명체의 기원을 연구할 수 있는 귀한 자료”라고 말했다.
이달 18일 장보고기지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오는 탐사대에 남은 시간은 2주 남짓. 운석 발굴 외에 탐사대가 완수해야 할 임무가 하나 더 있다. 지름이 40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도 안 되는 우주먼지를 찾는 일이다.
우주먼지는 생명체의 ‘씨앗’으로 여겨지고 있어 우주먼지를 분석하면 초기 지구 생명체의 기원을 알아낼 수 있다. 남극 대륙은 우주먼지 채집에도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깨끗한 얼음 결정이 우주먼지를 둘러싸고 있어 오염되지 않은 우주먼지를 얻을 수 있다.
마침 2003년과 2008년 혜성이 지구 남반구 근처로 접근했던 만큼 이때 혜성에서 떨어진 우주먼지가 남극에 다량 보존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식으로 연간 지구에 떨어지는 우주먼지는 6000t에 이른다.
지난해 우주먼지 찾기에 처음 도전한 탐사대는 눈 53kg에서 우주먼지 6개를 얻었다. 남극에서 눈 53kg을 채집한 뒤 연구소로 가지고 와 격자 간격이 10μm인 종이필터 위에서 5개월간 서서히 녹였다. 필터에 남은 알갱이를 주사전자현미경(SEM)으로 선별하고 전자현미분석기(EPMA)로 분석해 규소, 알루미늄 등 지구에서 유래한 물질은 제거하고 우주먼지만 걸러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