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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지, 30년 된 재봉틀에 손가락 관통 부상

입력 | 2014-12-06 08:00:00

연기자 서예지. 동아닷컴DB


연기자 서예지는 재봉틀 바늘이 오른손 검지를 뚫고 지나가는 줄도 몰랐다. 당장 응급실에 가자는 스태프들의 제안도 거절하며 예정된 촬영 분량을 모두 소화했다. 그제야 촬영장 인근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다. 담당 의사는 ‘위험할 수 있다’며 파상풍 주사까지 맞혔다.

서예지가 최근 MBC 드라마스페셜 ‘가봉’(극본 문수정·연출 장준호)을 촬영하며 겪은 일이다. 현장에 있던 스태프들은 놀라 초조해했지만 정작 서예지는 덤덤했다.

15일 밤 12시5분 방송하는 ‘가봉’은 1978년 여름 서울 소공동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련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서예지는 소공동 유명 양복점의 미싱 보조 경희를 연기한다. 어려운 형편 탓에 중학교만 졸업하고 일찍 일터로 나온 그는 양복점에서 전도유망한 재단사 성현(허일도)을 만나 애틋한 감정을 나누지만 이들이 처한 현실은 녹녹치 않다.

드라마 배경이 1970년대인 탓에 서예지 자신의 의상과 말투, 분위기까지 당시의 느낌이 살아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재봉틀 바늘에 부상까지 입었다.

촬영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5일 “부상을 당한 때는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 연기를 해야 하는 장면이었다”며 “재봉틀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연기에 몰입하다 바늘이 손가락에 깊숙이 박히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쓰인 재봉틀은 1970년대 실제 사용됐던 것으로, 지금은 촬영용으로 대여되고 있다. 바늘의 부식도 심했지만 서예지는 작동법을 미리 손에 익혀 재봉틀 장면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또 부상에도 아랑곳없이 예정된 촬영을 마쳐 스태프들을 놀라게 했다.

이렇게 완성된 ‘가봉’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를 연상케 한다.

잔잔하게 전개되는 첫사랑 감성을 비롯해 촬영장소 역시 영화와 같은 전라북도 군산이다. 1960~1970년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들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군산의 고즈넉한 풍경은 드라마 안에 빠짐없이 담겼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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