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이재원. 스포츠동아DB
SK 이재원(27)은 2014시즌을 치르면서 ‘이대로 가면 골든글러브는 힘들겠구나’라고 예감을 했었다. 포수와 지명타자로 나눠서 출장하는 탓에 골든글러브 후보 자격에 해당하는 경기출장 요건을 못 채울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알았다.
이재원은 올 시즌 포수로서 61경기, 지명타자로 58경기에 출전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4강 싸움을 벌인 팀 사정을 생각하면 개인의 골든글러브 욕심을 내세울 수 없다고 마음먹었다. 아무 내색 하지 않고, 시즌을 그렇게 마쳤고 결국 타율 0.337 12홈런 83타점을 올리고도 포수와 지명타자 골든글러브 후보에서 모두 탈락했다. 특히 지명타자 후보는 단 2경기차이로 안 됐다.
특히 성적을 봤을 때, 포수 부문은 자격 요건만 채웠으면 수상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전체경기 수(128경기) 중 2/3 이상(85경기)을 뛰어야 하는 조건에 24경기가 모자랐다.
사실 이재원은 2014년 개막 전만 하더라도 조인성, 정상호에 밀리는 제3옵션이었다. 포수보다는 방망이 쪽 자원으로 SK도 분류했다. 그러나 이재원이 4할을 웃도는 타율로 천부적인 타격솜씨를 뽐내자 SK는 포수로서의 활용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재원이 지명타자가 아닌 포지션 플레이어를 겸업하면 전술 활용 폭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재원을 포수로서 키우기로 결정한 연장선상에서 베테랑 조인성의 한화 트레이드도 가능한 일이었다. SK는 정상호와 이재원을 상황에 따라 교대로 투입해 체력 안배를 해주며 시즌 막판에 효과를 봤다.
이재원을 직접 가르친 SK 배터리코치 출신인 두산 김태형 감독은 최근 “2015시즌 개막전부터 주전으로 이재원을 써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정도로 이제 어느 정도는 궤도에 올랐다는 인정이다.
이재원도 “포수로서 기억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명타자가 아니라 포수로서 출장요건을 채워서 골든글러브를 받는 선수가 되겠다는 각오다. 그러기 위해선 올 시즌 후반기에 겪었던 체력저하에 대한 대처, 포수로서의 기술적 보완 등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처음으로 풀 시즌을 뛰어보니 벤치에서 대타요원으로 지냈을 때, 머리로만 생각한 것과 차원이 달랐다. 2015시즌을 더 잘하는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 성적 자체도 만족스럽지만 그 경험이 더 소중했다”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