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靑, 朴경정 작성문건 檢 전달 靑비서관 비리-행정관 원대복귀 등… 특정언론에 통째 유출돼 보도 정황 문건에 검은색 가려졌던 부분 확인… 前육영재단 임원 처조카 실명 거론 “정씨에 부탁하려면 7억” 발언 담겨… 靑 “이정현 비난 등 말도 안돼”
귀가하는 朴경정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박관천 경정이 19시간가량의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5일 오전 4시 반경 귀가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박 경정 문건, 박지만에 유리… 정윤회에 불리
또 검찰은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들의 내용이 세계일보에 몇 달 간격을 두고 줄줄이 보도된 것도 파악했다. 지난달 28일 보도된 ‘정윤회 동향’ 문건은 물론이고 7월 ‘최모 청와대 비서관 비리’, 4월 ‘비리 혐의 청와대 행정관들의 징계 없는 원대복귀’ 기사는 모두 박 경정이 작성한 보고서 리스트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었다. 이들 기사는 박 경정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보지 않았으면 알 수 없는 것이 많았고, 검찰에서 무혐의로 결론 난 최 전 비서관 비리 의혹의 경우처럼 후속 조치 내용은 모른 채 보고서 내용만 기사에 담은 흔적도 포착됐다. 이 때문에 검찰은 박 경정이 작성한 문서들이 뭉텅이로 세계일보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박 경정이 작성한 문건을 버전별로 분석해 유출 시기와 경로를 확인할 방침이다.
○ “이정현 수석 비난 내용, 신빙성 낮아”
세계일보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정윤회 동향’ 문건에서 검은색으로 가려져 있던 부분도 확인됐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 씨가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십상시(十常侍)’와의 회동에서 ‘청와대의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비서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비리나 문제점을 파헤쳐서 빨리 몰아내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 부분이 오히려 문건 내용의 신빙성을 떨어뜨린다고 보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문건에 십상시로 언급된 8명이 모인 자리에서 이 전 수석을 강하게 비난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8명 중 한 명인 A 행정관은 이 전 수석의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그가 이 얘기를 들었다면 곧바로 이 전 수석의 귀에 들어갔을 것이고, 나머지 사람들도 이 전 수석과 오랜 기간 함께 일해 온 사이라는 것.
문건 첫 페이지의 검게 가려진 부분은 박 대통령이 한때 이사장을 지냈던 육영재단 임원 S 씨의 처조카 김모 씨의 실명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가 정 씨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요즘 정 씨를 만나 부탁을 하려면 7억 원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부분이다. S 씨의 아들은 본보 기자와 만나 “김 씨가 친척 모임에 간혹 나타나지만 가까운 인척관계는 아니다”라며 “아버지로부터 김 씨가 로비스트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우열 dnsp@donga.com·신동진·정윤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