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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50가지 용어-개념 재미있게 풀이… 심리학의 재발견

입력 | 2014-12-06 03:00:00

◇프로이트의 말실수/조셀 레비 지음/강경이 옮김/232쪽·1만5000원/휴먼사이언스




제목만 보면 ‘심리학자 지크문트 프로이트(1856∼1939)가 한 말실수 모음집’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말실수(Freudian slips)’는 프로이트가 창안한 심리학 용어다. 우리의 말실수는 무의식에서 나온 콤플렉스에서 기원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프로이트의 말실수’ 자체가 말실수라는 프로이트 비판자들의 주장에 무게를 싣는다. 프로이트가 단순한 인지 문제를 콤플렉스 문제로 과잉 해석했다는 것이다.

책은 사전처럼 구성됐다. 50개 장에 심리학 개념들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남근 선망, 데자뷔, 스키너 상자, 스톡홀름 증후군, 칵테일파티 효과, 파블로프의 개, 플라세보 효과….

사전을 닮았지만 일반 사전과는 다르다. 용어나 개념의 설명에 그치지 않고 그 기원과 오류 및 반론까지 장당 2∼4쪽 안에 간결하고 속도감 있게 담아냈다. 예를 들면, 선분 끝에 달린 화살표의 방향에 따라 똑같은 선분의 길이가 서로 달라 보이는 ‘뮐러리어 착시’를 설명하되, 그 주장에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목공 세계 가설’을 덧붙이는 식이다. 목공 세계 가설에 따르면 뮐러리어 착시는 직선과 직각으로 구성된 인공물로 가득한 목공 환경에 사는 사람에게만 일어난다. 이런 환경에 살지 않는 아프리카 줄루족은 이런 착시를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리학 실험자의 지시에 따라 다른 이에게 끔찍할 정도의 전기 충격을 가하게 되는 ‘밀그램과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을 다룰 때는 그 학술적 오독(誤讀)과 실험의 비윤리성을 함께 다룬다.

그간 영어 단어처럼 달달 외운 심리학 개념 이면에 숨은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재미를 주는 가벼운 심리학 입문서다. 프로이트를 비웃으면서 프로이트를 배울 수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