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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직 문체부 장관이 폭로한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

입력 | 2014-12-06 03:00:00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이 승마협회 조사를 담당한 국장과 과장의 교체를 자신에게 직접 지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이 나도는 정윤회 씨의 딸이 승마 선수로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승마협회와 마찰을 빚었고, 정 씨가 보복성 경질인사의 배후라는 주장이다. 그는 “김종 문체부 2차관과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은 하나로 묶어 생각하면 정확하다”며 한양대 동문인 김 차관의 인사 민원 등을 이 비서관이 대통령을 움직여 지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유 전 장관의 발언은 대통령의 비선 실세라는 정 씨가 문체부 간부 인사에 영향력을 미쳤다는 기존 폭로를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충격적이다. 대통령에게 승마협회 문제를 전한 사람이 정 씨 부부인지 이 비서관인지 알 수 없지만 유 전 장관의 말이 맞는다면, 대통령의 비선은 이 비서관을 포함한 ‘문고리권력 3인방’이며 3인방 뒤엔 정 씨가 있다는 세간의 의혹과 딱 맞아떨어진다. 박 대통령이 문체부의 공식 조사 결과 대신 비선의 말만 믿고 공직자들을 처벌한 것이 사실일 경우,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이자 국기 문란이 아닐 수 없다.

김 차관이 “유 전 장관의 발언은 허위 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밝히는 등 관련자들은 유 전 장관의 폭로를 부인하고 나섰다. 유 전 장관의 발언에 대해 회피로 일관하던 청와대도 어제 오후에야 민경욱 대변인을 통해 해명을 내놓았다. 대통령이 민정수석실로부터 ‘담당 공무원들의 소극적이고 안이한 대처 결과’라는 보고를 받고 유 전 장관에게 ‘적극적으로 (체육계) 적폐 해소에 속도를 내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직접 담당 국·과장을 거론하며 교체를 지시했는지에 대해 청와대 측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부인하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이 특정 국·과장 교체를 지시했다는 유 전 장관의 말은 맞겠지만 당사자들이 부인하는 다른 부분까지 사실에 부합하는지 당장은 알 수 없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와 수차례 인사 문제로 갈등을 빚다 면직을 당해 이 정권에 서운함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전직 장관의 증언은 무게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박관천 경정이 작성했다는 문건의 신빙성과 관계없이, 인사를 비롯한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정 씨와 문고리 3인방이 영향을 미친다는 의혹은 자꾸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해명해야 풀릴 수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