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성잡지가 송년호 한정판 부록으로 잡지값보다 훨씬 비싼 여성용 액세서리를 내걸었다. 이 소식이 인터넷의 여성 커뮤니티에 전해졌다. “예쁘네요. 부록은 내가 갖고, 잡지는 남편 주면 되겠어요.”
그런데 한 남자는 잡지를 구입해 부록을 아내에게 선물로 내밀었다가 밤늦게까지 혼이 나야 했다. 예쁜 선물을 시중 가격보다 저렴하게, 잡지까지 끼워 받는 합리적인 소비를 했는데도 그는 왜 아내한테 시달려야 했을까? 여성들도 액세서리 욕심에 남성잡지를 구입하는 판인데.
포장돼 있는 부록을 내밀자 아내가 물었다. “이걸 왜 주는 거야?”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자 아내가 이렇게 넘겨짚었다. “솔직히 말해. 뭘 또 잘못한 거야?” 깜짝 선물을 표방했으나, 그녀의 엄격한 심사에서 걸리고 만 것이다.
취향이 다르거나 돈이 아까워서, 혹은 액세서리의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여성이 그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남편의 ‘의도’다. 어떤 마음으로 선물을 준비했느냐는 기준에선 ‘겸사겸사’란 태도야말로 용서가 안 된다.
모름지기 그녀가 받을 선물이란, 오로지 그녀 하나만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여성에게 선물이 의미하는 바는 ‘마음 알아맞히기’다. 원하는 것을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남편이 알아서 준비해주는 것 말이다.
반드시 비싼 것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유니크한 선물, 예컨대 다른 여성들이 받아본 적이 없는 것이라면 더욱 기쁘다. 자신을 얼마나 생각하는지를, 그 선물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적지 않은 남자가 귀찮아서 포기해 버린다. 상사로부터 “머리는 장식이냐”는 지청구를 듣는 것도 짜증나는데 왜 아내한테까지 선물로 아이디어 평가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생각을 비운 채 백화점에 가서 직원에게 묻는다. “어떤 게 좋아요?” 그러고는 아내한테 내밀면서 거드름을 피운다. “이거 비싼 건데.” 아내는 바로 이런 무성의가 싫다는 것이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과정의 즐거움이다. 선물을 준비하기에 앞서 은근슬쩍 의사를 타진하며 힌트를 주고받는 ‘밀당’ 같은 것으로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은 것이다.
연말이다. 선물의 시즌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