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이펙트/이창무 지음/316쪽·1만5000원/위즈덤하우스
자크루이 다비드의 유화 ‘소크라테스의 죽음’(1787년). 저자는 소크라테스에 대해 “기존 사회질서를 흔들고 기득권의 심기를 거스르는 ‘범죄’를 저질러 인류의 역사를 바꿨다”고 평했다. 동아일보DB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 형사소송법에 따라 알려야 하는 내용이다. 범죄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익숙해진 미란다 원칙. 왜 ‘미란다’일까.
1963년 3월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시에서 23세의 멕시코계 청년 에르네스토 미란다가 극장 매점 여종업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미란다는 ‘자발적 진술’이라 명시된 문서를 통해 범행을 자백했다. 하지만 변호인은 “다른 범행을 무마해 주겠다는 약속을 미끼로 강요된 자백”이라 주장했고 3년 뒤 연방대법원에서 한 표 차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연방대법원이 내세운 ‘정의’의 결말은 아이러니했다. 미란다는 결국 동거녀의 증언으로 다시 재판을 받고 유죄가 확정돼 7년간 복역했다. 가석방되고 4년 뒤 술집에서 싸움을 하다가 칼에 찔려 사망했다. 미란다의 살해 용의자는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아 묵비권을 행사했고, 무죄로 풀려났다.
저자는 뉴욕에서 형사사법학을 공부했다. 인류 역사를 범죄의 역사로 상정하고 기원전 1850년경 수메르 살인사건을 기점으로 ‘세계사를 바꾼 결정적 범죄’를 선정해 기술했다. 소크라테스, 예수,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이가 변화를 거부한 기득권 세력의 심기를 거스른 범죄자였다는 해석은 흥미롭다. 하지만 연재물을 재료로 엮은 책이 대개 그렇듯 초반의 밀도를 끝까지 잇지 못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