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남도청 터에 들어선 국립아시아 문화전당 A to Z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문화원은 지하 1∼4층에 자리해 있다. 어린이문화원 내 체험관은 천정높이가 최고 12m로 맑고 상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체험관 천장(사진)이 지상에서 영롱한 빛을 내고 있다. 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문화는 보고 즐기는 수준을 넘어 관광산업을 이끄는 ‘국부(國富)’다. 세계 각국은 문화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미술관, 복합 문화센터를 짓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 그리고 미래가 담겨 있다. 채광창처럼 아시아문화를 흡수하고 발산하는 문화의 샘이다. 연면적 16만1237m²로 국립중앙박물관보다 1.2배 크다. 6년 만에 완공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속살을 미리 들여다봤다.
옛 전남도청 별관 사이 길 200m 정도를 내려가면 지하광장과 정원(1만9174m²·5800평)이 나온다. 지하 2층 깊이인 아시아문화광장이다. 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 별관 길을 비롯해 10여 개 출입구가 있다. 지하철이나 공원을 이용한 출입구가 곳곳에 있고 화재에 대비해 소방도로까지 지하광장으로 뚫려 있다. 문화전당 내부에는 엘리베이터를 비롯해 미술작품이나 재료를 운반하는 지게차 통로도 있다.
문화전당은 세계 최고 복합문화시설이라는 것을 보여주듯 내부 통로 길이가 7km나 된다. 문화전당 운영을 맡은 아시아문화개발원 이경윤 사무국장은 “전시시설을 구경하지 않고 내부만 걸어만 다니는 데도 1시간 반이 걸린다”고 말했다.
관람객이 10여 개 길 중 하나를 선택해 어떤 종류의 체험을 하느냐에 따라 탐방코스가 수백 개로 나뉜다. 문화전당 5개원 가운데 옛 전남도청 등에 들어서는 민주평화교류원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원은 지하에 있다. 건물 큰 기둥을 제외한 벽 80% 이상이 유리로 돼 있다.
문화전당은 최고 10층 높이의 아파트가 지하에 들어선 것이지만 지상건물처럼 따뜻한 햇볕이 쏟아졌다. 지하 절개면에는 대나무가 심어져 숲 같은 느낌을 줬다. 건축가 우규승 씨가 문화전당을 설계하면서 ‘빛의 숲’을 주제로 삼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예술극장 대극장(2000석)의 한쪽 벽은 열리고 닫히는 가변식으로 시공됐다. 이 벽은 지하정원·광장과 연결돼 있다. 문화정보원과 문화창조원은 지하 1층부터 지하 4층까지 빛의 통로가 있어 명암의 미학을 느낄 수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은 옛 전남도청 건물 등을 리모델링해 사용한다. 민주평화교류원은 5·18민주화운동 당시의 열흘간 이야기를 극장식 이색 감성 체험하게 하는 등 민주 인권 평화 정신을 아시아와 공유한다. 아시아문화개발원 제공
문화전당은 미술품과 문화재를 전시하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이나 영국 대영박물관과 다르다. 복합문화시설인 프랑스 퐁피두센터나 영국 바비칸 센터와 성격이 비슷하다. 아시아 대표적 복합문화시설은 홍콩에 건설 중인 서(西)구룡 문화지구나 싱가포르의 복합문화센터 에스플러네이드를 들 수 있지만 아시아문화전당은 규모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문화전당은 문화자료를 생산하고 축적하고 유통하는 ‘허브’다. 전당을 둘러본 김재웅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 교수는 “시설이 웅장하고 디자인이 뛰어나 마치 미로에 들어온 느낌”이라며 “문화를 창조하고 공연·유통하는 시설은 문화전당이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문화전당 허브의 핵심은 문화창조원이다. 6개 전시관과 3개 스튜디오, 6개 실험공간을 갖춘다. 전시관 가운데 가장 큰 복합1관은 터키 성소피아 성당을 3분의 1로 축소한 건물(방 28개)이 들어서 ‘집속의 집’이라는 이색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성소피아 성당의 돔 구조물은 유럽 끝에서 아시아 하얼빈까지 이어져 아시아가 유럽과 교류하고 그 정신을 전파한 흔적을 보여준다. 복합2관에서는 독일 큐레이터 안젤름 프랑케 등이 유물 동영상 예술작품을 전시해 아시아 문화와 미래를 보여준다. 이런 전시물 때문에 문화창조원은 ‘문화 창조자들의 집’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예술극장은 극장 2개로 이뤄졌다. 대극장은 무대와 객석 위치를 10여 개 형태로 바꿀 수 있다. 내년 9월 문화전당 개관 때 국내외 유명 극장, 페스티벌, 예술단체와 공동 제작한 작품 27편이 공연된다. 민주평화교류원은 옛 전남도청 등 5·18민주화운동 유적들을 리모델링한 민주인권평화기념관과 아시아문화교류센터가 들어선다. 어린이문화원은 어린이, 부모, 교사를 위한 창작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특화된 공간이다. 최종만 아시아문화개발원장은 “독일 프로이센 문화유산재단, 프랑스 르 콩소르시움 등 세계적 복합문화기관과의 교류협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며 “문화전당은 아시아문화 교류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