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모싯잎송편영농조합법인 희망가
《 떡집 125곳이 연간 400만 상자를 판다. 매출액은 280억 원. 우리 쌀 1848t을 소비하고 모싯잎 780t을 쓴다. 일자리 창출 효과는 19만1610명에 이른다. 전남 영광군의 지역경제를 살찌우는 모싯잎 송편이 지난해 쓴 기록이다. 영광은 본래 굴비로 유명한 곳이지만 요즘에는 모싯잎 송편을 더 알아준다. 2008년 35개 떡집이 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5배 가까이로 성장했다. 영광 모싯잎 송편만큼 단기간에 유명세해져 대중화된 떡도 드물다. 3일 영광 읍내 한 떡집에 들어서니 추석명절이 아닌데도 직원들이 송편을 찌고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
영광 모싯잎 송편은 영광을 대표하는 특산품이 됐다. 김준성 영광군수(왼쪽)가 먹음직스러운 모싯잎 송편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영광군 제공
영광 모싯잎 송편은 쌀을 빻아 만든 쌀가루에 삶은 모싯잎을 섞어 만든다. 모싯잎은 식이섬유 회분 칼슘과 항산화 활성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항산화 성분은 쑥보다 무려 6배나 많다. 변비·당뇨 예방과 이뇨작용, 여성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항균 기능이 탁월해 떡이 잘 상하지 않고 쉽게 딱딱해지지 않는다.
송편에 들어가는 재료도 특이하다. 검은콩이나 깨를 넣는 일반 송편과 달리 동부라는 살구색 콩을 넣는다. 동부 함량은 24% 정도다. 쌀은 친환경으로 재배한 것만 쓴다. 일반 송편보다 훨씬 커 두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 대균상 영광모싯잎송편영농조합법인 대표(50)는 “쌀 모싯잎 동부 외에 설탕과 천일염 소금을 조금 칠 뿐 색소나 방부제 등 화학첨가물을 전혀 쓰지 않는 웰빙식품”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도 인기 비결이다. 일반 모싯잎 송편 찐 것 20∼25개 1상자(1.2kg)에 1만 원 선이다. 찌지 않은 생(生) 송편은 25∼30개 1상자(1.5kg)에 1만 원. 4∼5개씩 비닐로 포장돼 있다. 구입 문의 영광모싯잎송편영농조합법인 061-351-6868, www.ygmosi.kr
모싯잎 송편의 주 재료는 쌀 모싯잎 동부인데, 동부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명품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재래 동부는 덩굴성이어서 열매가 익을 때마다 직접 손으로 수확해야 해 인건비가 많이 든다. 한꺼번에 여물지 않아 기계 수확도 어려웠다. 국산 동부를 대규모로 재배하기 어려운 이유다.
영광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옥당동부’를 재배했다. 57개 농가가 26.4ha에 심어 30t을 수확했다. 날씨로 인한 흉작 탓에 수확량이 다소 줄었지만 머지않아 동부를 수입하지 않고 영광에서 나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 영광군은 내년에 동부 재배단지를 100ha로 늘리는 등 연차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산 동부를 사용하는 떡집에 상자 등 포장재의 제작비도 지원하기로 했다. kg당 1500∼2000원 선인 외국산과의 가격 차이로 인한 원가 상승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다. 김준성 영광군수는 “동부까지 국산화가 이뤄지면 모싯잎 송편을 지리적표시제에 등록할 수 있고 그만큼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싯잎 분말은 10배 분량의 생잎을 가공한 것과 같다. 영광모싯잎송편 영농조합법인제공
모시풀은 쐐기풀과의 다년생 초본식물로 습기가 많고 따뜻한 지방에서 잘 자란다. 껍질로 여름 옷감인 모시를 짜기도 한다. 예로부터 토사 신경통 감기 식욕부진 간염 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카페인이 없어 오랜 기간 많이 먹어도 불면증 위산과다 신경과민 등 부작용이 없다.
영광모싯잎송편영농조합법인은 모싯잎을 데친 다음 건조시켜 분말로 만든 모싯잎 가루를 판매하고 있다. 분말은 10배 분량의 생잎을 가공한 것과 같다. 다른 곳에서는 분말을 만들 때 데치지 않고 온풍 건조를 하지만 영농조합법인은 풀 냄새를 없애고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저온냉각방식을 쓴다. 특허를 받은 방법으로 분쇄하기 때문에 분말이 곱고 부드럽다. 밥을 지을 때 넣기도 하고 우유에 타서 먹거나 차로 즐길 수 있다. 상품 가격은 100g에 1만2000원, 500g에 5만2000원, 1kg에 10만2000원.
대균상 대표는 “머지않아 모싯잎의 색과 향, 영양성분을 그대로 살린 라면 수제비 빵 쿠키 등을 맛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