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보다 빨리 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아무 의미도 없다. 그렇지만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세상 모든 일이 다 의미가 없어진다. 달리기든 공부든 마찬가지. 아마 살아가는 것 자체도. ―800 TWO LAP RUNNERS’(가와시마 마코토 지음·작가정신·2005년) 》
인간은 그렇게 빠르지 않다. ‘번개’라고 불리는 단거리의 황제 우사인 볼트의 뜀박질도 동물과 비교하면 걸음마 수준이다. 볼트는 9초58의 100m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지만 덩치 큰 코끼리(9초02)보다 느린 기록이다. 동물의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는 치타는 100m를 최고 3초60의 속도로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끼리보다 느리다지만 전력 질주하는 볼트의 모습은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만든다. 호랑이에게 쫓긴다 해도 그렇게 빨리 달릴 수 있을까. 달리기에는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무언가가 있다.
인간은 동물보다도 느리고 저마다 달리기 속도도 다르지만 모두 자신만의 달리기에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짜릿한 추월이 없더라도 골인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책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서 “만약 내 묘비명 같은 것이 있다고 하면, 그리고 그 문구를 내가 선택하는 게 가능하다면 이렇게 써넣고 싶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작가 (그리고 러너)/1949∼20××/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