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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청와대에 실세는 없다… 만약 있다면 진돗개”

입력 | 2014-12-08 03:00:00

[‘정윤회 문건’ 파문/靑-與 오찬회동]




7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이뤄진 오찬 회동에서 김무성 대표(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로 데리고 오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난리가 났는데, 데리고 들어왔으면 어떻겠나. 가족들이 섭섭하겠지만 안 데리고 들어온 것이다.”

7일 낮 청와대 백악실. 박근혜 대통령은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자리한 오찬 헤드테이블에서 동생 박지만 EG그룹 회장에 대해 냉혹하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역대 정권을 보면 실세라고 하면 파리처럼 달려들어서 못 견딘다. (그래서) 친인척 중 한 명도 청와대로 들어온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 “내가 키우는 진돗개가 실세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정윤회 비선(秘線) 실세’ 논란과 관련해서도 “실세가 누구냐고 하는데 없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정 씨에 대해서는 실명을 거론한 뒤 “이미 오래전에 내 옆을 떠났고 전혀 연락도 없이 끊긴 사람”이라고도 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실세가 없으니까 (내가 키우는) 진돗개가 실세라는 얘기가 있다”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망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에 대해 “이들은 15년 동안 나하고 같이 묵묵히 일만 한 사람들이다. 그동안 잘못을 했다면 나하고 같이 일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낮 12시부터 1시간 50분간 진행된 비공개 오찬엔 당 지도부와 국회 예산결산특위 소속 당 의원 등 60명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취임 후 여당 의원들과의 회동은 11번째다.

회동 분위기는 당초 우려와는 달리 비교적 화기애애했다고 한다. 오찬에 앞서 박 대통령은 김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를 30여 분간 먼저 만났다. 김기춘 비서실장과 조윤선 정무수석도 배석했다. 한 참석자는 “특별한 발언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당 지도부에 ‘정윤회 동향’ 문건의 진위를 설명하면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지켜봐 달라는 뜻을 강조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김 대표, “대통령과 당은 한 몸”

박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으로 “언젠가 세상을 떠날 텐데 일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 모든 것을 바치자”며 “여러분, 파이팅!”을 외쳤다. 오찬이 끝난 뒤에는 의원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며 주요 현안 등을 잘 챙겨줄 것을 당부하면서 기념촬영도 했다. 김 대표는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한 몸”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회동 말미에 “나라가 잘되고 국민이 행복하게 되는 것이 나의 목적이고 그 외에는 다 번뇌”라며 “지금까지 그 하나로 살아왔고 앞으로 (세상을) 마치는 날까지 그 일로 살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좋은 시간이 됐다. 여러분도 저의 진심을 믿고, 흔들리지 말고 한마음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정윤회 동향’ 문건으로 촉발된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 자체가 실체가 없는 만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당내 비주류인 친이(친이명박)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 실장과 문고리 권력 3인방 사퇴론을 잠재우기 위한 포석이다.

○ 침묵한 김기춘

식사 후 발언자로 지목받은 윤영석 의원은 “흔들리지 말고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박 대통령은 담담한 어조로 “내가 흔들릴 이유가 뭐가 있나. 나는 욕심도 없고 국민만 보고 간다.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했다. 친박(친박근혜)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문건 유출을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명수 의원은 “공무원연금 개혁은 필요하지만 공무원들과 함께 가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을 세밀하게 운영하기 위해선 행정수석실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정윤회 동향’ 문건과 관련해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고성호 sungho@donga.com·홍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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