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물쇠 채운 쇠문 밀고들어가… 하루 뒤 사자 죽은 채로 발견 사육사 “스무살 돼 병약해 자연사”
진양호 동물원 입구 모습. <진주시 홈페이지 캡처 사진>© News1
경남 진주시가 운영하는 진양호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곰이 사자를 공격한 다음 날 사자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7일 진주시에 따르면 일이 벌어진 건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0분경. 진양호 동물원에서는 평소 수컷 곰과 암컷 사자를 가로 15m, 세로 7m 크기의 같은 우리에 넣고 쇠창살로만 생활구역을 분리해 사육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갑자기 곰이 사자 우리와 연결된 쇠문을 밀고 들어갔다. 쇠문은 평소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지만 녹이 많이 슬어 곰이 힘껏 밀치자 부서진 것이다. 맹수끼리 싸움이 붙었다는 소식을 들은 동물원 사육사 김모 씨는 즉시 우리로 달려가 엉켜 있는 두 동물을 떼어놓은 뒤 격리시켰지만 다음 날 출근해 확인해 보니 사자가 죽어 있었다.
김 씨는 평소 병약했던 사자가 자연사한 것으로 진주시에 보고했지만 사자가 죽기 전날 곰의 공격을 받았다는 내용은 빠뜨렸다. 관리 부실 책임을 면하기 위해 고의로 곰과 사자가 싸운 사실을 숨긴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 씨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생후 20년 된 사자가 열흘 전부터 식사를 전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다. 특별한 외상도 없었다. 곰과의 접촉이 직접적인 사인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진주=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