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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톡톡]“훔쳐간 신전 조각물 해외까지 빌려주나”

입력 | 2014-12-08 03:00:00


영국 대영박물관이 소장 중인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 조각물인 ‘엘긴 마블’이 200년 만에 첫 해외 나들이에 나섰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에르미타주) 박물관 개관 250주년을 맞아 5일부터 ‘강(江)의 신 일리소스’ 조각상이 러시아에서 대여 전시에 들어갔다.

엘긴 마블은 파르테논 신전 상단 외벽을 장식했던 대리석 조각물의 일부로 19세기 초 그리스를 지배했던 오스만튀르크에 대사로 부임했던 영국 외교관 엘긴 경이 본국으로 가져오면서 현재의 이름이 붙었다. 이집트 로제타스톤과 함께 대영박물관 최고의 관람 유물로 인기가 높다.

하지만 안토니오 사마라스 그리스 총리는 6일 성명에서 “영국이 훔쳐간 그리스의 대표적 유물을 러시아에 빌려준 것은 그리스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그리스 문명은 그리스인과 동일체로 해체나 임대, 양도될 수 없는 대상”이라며 “이번 조치로 ‘파르테논 조각물을 외부로 옮길 수 없다’는 대영박물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그리스는 이번 사건에 대해 유네스코를 통한 중재를 밀어붙이는 한편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부인이자 변호사인 아말 클루니 씨를 내세워 법적 대응도 추진 중이다. 영국 자유민주당의 앤드루 조지 하원의원은 “그리스의 반환 요구를 무시하고 신(新) 냉전 위기를 가져온 러시아에 이를 임대한 것은 최악의 결정”이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반면 대영박물관 측은 “엘긴 마블을 안전하게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있는 한 임대할 수 있다”며 “그러나 그리스는 누가 영유권을 갖고 있느냐는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대화가 교착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