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들이 한다고 따라 하지 마세요. 남들도 어리석을 수 있어요. 바보마을에서는 멀쩡한 사람이 바보가 됩니다. ―‘어떤 하루’(신준모 지음·프롬북스·2014년) 》
훔쳐보려던 것은 아니었다. 출근길 지하철은 원하지 않아도 앞 사람의 뒤통수가 내 코에 닿을 만큼 인구밀도가 높다. 내 앞에 선 한 여자가 지인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건네는 인사를 우연히 봤을 뿐이다. 그는 무엇이 재미있었는지 ‘ㅋㅋㅋ’를 두 줄 넘게 치고 있었다.
열차 밖 정거장을 확인하다 건너편 지하철 차창에 비친 여자의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그 여자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오로지 손가락만 ‘ㅋㅋㅋ’ 하고 웃고 있었다. ‘이제는 휴대전화로 가상의 세계에 접속만 하면 얼굴 근육을 움직이지 않고도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왔구나’ 싶어 기술이 고마우면서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보니 실재하는 것에 대한 혼란이 온다. SNS에 남긴 ‘ㅋㅋㅋ’를 보면 내가 그때 진짜 웃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상대의 말에 반응한 ‘영혼 없는’ 웃음이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게 맞는지, 내가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이용해 기록해둔 게 맞는지 헷갈린다.
모두가 편리하다고 이용하고 있는 현대 문물의 홍수 속에서 나만 혼자 바보가 되고 있는 것인지, 모두가 바보인데 티가 나지 않는 것인지 가끔은 궁금해진다. 내 앞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의 어깨를 붙잡고 묻고 싶어진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