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장관 수석은 안 보이고 늘 ‘실세 3인방’이 화제 대통령이 직접 챙길 수 있는 그 이상의 일을 할수록 심부름꾼인 비서들 힘은 커져 萬機親覽식 국정운영 그만… 각 부처에 일을 돌려줘야 실세 시비 줄일 수 있어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싸움 그 자체를 욕할 생각은 없다. 권력이 권력이고 사람이 사람이라 어디서든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누군들 권력을 앞에 두고 뒤로 물러나겠는가. 갈등이 없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실제로 측근 비서들이 치고받는 일은 정도의 차이일 뿐 어느 정권에서나 있다. 정권 시작과 함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일이기도 하다. 대통령직인수위 전문위원이나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 자리를 놓고 격돌하곤 한다. 그 뒤로도 마찬가지, 이런저런 문제를 놓고 크고 작은 싸움이 끊이질 않는다.
도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달리 무슨 이유가 있겠나. ‘문고리 권력’ 등 이들 측근 비서가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정권의 경우 이들에 대한 관심은 정권 초기 잠시 커졌다가 곧 줄어들었다. 장관이나 비서실장 등 공식적인 권한을 가진 사람들이 힘을 쓰게 되면서 이들의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는 다르다. 집권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총리도 장관도, 그리고 심지어 청와대 수석들도 힘을 쓰는 것 같지 않다. 국민도 그들의 움직임에 별 관심이 없다. 비서실장과 경제부총리 정도가 한 번씩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도이다.
반면 총무비서관을 비롯한 ‘실세 3인방’은 늘 화젯거리다. 권력이 이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다. 진위를 알 수 없는 문건 하나까지도 말이다.
앞으로가 더 큰일이다. 이번 일로 ‘실세 3인방’ 소문을 더 믿게 됐다. 이제 어떡할 것인가? 얼마나 더 3류 주간지에나 나올 법한 측근 비서들의 활극을 봐야 하나? 또 얼마나 더 대통령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그 속에 갇혀 있어야 하나?
그러나 틀렸다. 그건 그렇지 않다. 측근 비서들이 실세가 되는 것은 대통령이 권한을 줘서가 아니다. 대통령 자신이 직접 꼼꼼히 챙길 수 있는 이상의 일을 할 때 이들은 저절로 실세가 된다. 즉 대통령과의 관계만으로도 대통령을 돕고 있다고 소문이 난다. 직접 수발을 들거나 심부름까지 하게 되면 그 힘은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때로 오해도 일어난다. 심부름하는 자가 대통령의 이름으로 자신의 민원을 집어넣기도 하고, 또 이를 전달받은 자가 똑같은 짓을 하기도 한다. 대통령의 하나, 측근의 둘이 현장에 가서는 열 개가 된다. 또 때로 저절로 진행된 ‘자연 뻥’도 실세가 하고 대통령이 한 것이 된다. 그 결과 실세는 더욱 실세가 되고, 대통령은 국정의 부스러기까지 죄다 챙기는 사람이 된다.
해결책은 하나다. 대통령이 하고 있는 일을 대거 책임 있는 자리로 돌려보내야 한다. 당장에 인사부터 직접 꼼꼼히 챙길 수 있는 것만 해야 한다. 나머지는 장관이 됐건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됐건 확실히 돌려보내야 한다. 대통령은 큰 틀을 제시한 후 평가만 하면 된다. 측근 비서들이 끼어들어야 하는 부분을 확 줄이라는 말이다. 시스템이란 게 딴 게 아니다. 이게 바로 시스템이다.
어떤 조직이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이상의 일을 손에 쥐고 있으면 사고가 난다. 실세 시비도 끊이지 않는다. 주변 측근들이 필요 이상의 힘을 가짐으로써 권력과 권한이 왜곡돼 행사되기 때문이다.
김병준 객원논설위원 국민대 교수 bjkim36@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