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홍, 뜰, 2014년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안창홍 개인전 소식을 듣고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안창홍이 누구인가. 인간적인 고뇌와 상처, 사회 비판적인 주제를 섬뜩하지만 강렬한 화풍으로 발언하는 작가로 명성을 얻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자신의 양평 작업실 뜰에서 자라고 피었다가 시들어간 맨드라미를 그린 작품만으로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고 한다. 대체 그의 심경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던 걸까.
맨드라미의 독특한 형태와 강렬한 색상이 예술가의 창작혼을 자극했구나.
그리스어로 ‘불타오르다’라는 뜻을 지닌 맨드라미의 붉은색과 닭 볏을 닮았다고 해서 계관화로도 불리는 식물의 동물적인 이중성에 그는 이끌렸던 것이다. 아울러 자연의 생성과 소멸, 삶의 무상함이라는 철학적 사유가 맨드라미에 투영되었다는 점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그가 “맨드라미는 징그러울 정도로 동물적인 꽃이다. 비록 작은 꽃밭이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생태와 순환 과정은 거칠면서도 섬세하고, 잔인하면서도 아름다웠다. 그리고 공평했다”라고 말한 것에서도 드러난다.
영국의 시인이며 화가인 윌리엄 블레이크는 시 ‘순수의 전조(前兆)’에서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세계를 보며/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쥐고/한순간 속에서 영원을 보라’라고 노래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맨드라미 꽃그림은 안창홍답다. 꽃과 교감하며 꽃의 모습을 빌려 우주의 리듬과 법칙도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