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문건 작성경위 윤곽 조응천-박관천, 문건작성 배경 논란
○ ‘전언의 전언’ 듣고 보고서 작성
관련자들의 증언과 검찰 수사결과를 종합하면 ‘십상시(十常侍) 회동’을 담은 문건은 이렇게 만들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박 경정은 제보자인 박 전 청장이 전해준 정보의 출처가 김춘식 대통령국정기획비서관실 행정관이라고 지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청장이 자신의 대학(동국대) 후배인 김 행정관으로부터 “정 씨가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이어오고 있으며 김 행정관 본인은 모임에서 총무 역할을 한다”는 얘기를 듣고 자신에게 알려줬다는 주장이다. 조 전 비서관은 이를 구두로 보고받고 박 경정에게 ‘문건으로 작성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박 경정은 평소 알고 지내던 기자 A 씨에게 해당 내용을 알려준 뒤 ‘나도 그런 얘기를 들었다’는 답변을 듣는 정도의 확인 절차를 거친 뒤 문건을 작성해 조 전 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조 전 비서관은 “(박 경정이) ‘당시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으로부터 (문건 내용을) 들었다’고 보고했다”며 “문건의 신빙성이 6할(60%) 이상”이라고 주장했지만 정보의 출처는 회동의 참석자가 아니라 ‘전언의 전언’이었던 셈이다.
○ ‘3인방’ 견제하려 보고서 작성 지시?
이처럼 ‘전언’ 수준의 정보를 문건으로 작성하도록 박 경정에게 지시하고 김 비서실장에게 보고한 조 전 비서관의 행동에는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조 전 비서관이 이처럼 폭발성이 강한 내용의 문건을 정밀한 검증 없이 보고한 배경에는 이른바 ‘문고리 권력 3인방’(이재만 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문건에는 김 실장과 3인방뿐 아니라 조 전 비서관과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청와대 행정관 B 씨 등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십상시 회동’과 관련된 정보의 신빙성이 정보의 취합 선택 과정에서 작성-보고 라인의 의도에 따라 재해석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박 전 청장이 ‘십상시’ 멤버로 지목된 안봉근 비서관과 동향(경북 경산) 출신으로 친분을 이어왔다는 점 때문에 조 전 비서관이 박 경정 보고의 신빙성을 ‘확대 해석’했을 수 있다. 정 씨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사 다툼에 조 전 비서관이) 나를 옭아 넣으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검찰은 10일 정 씨를 소환 조사한 뒤 이번 주에 문건 진위 수사의 결과를 우선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인사 외압’ 연루 의혹까지 불거진 상황이라 ‘십상시’ 회동의 진위와는 상관없이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