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오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듣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귀에 뭔가 딱 하고 걸렸습니다. ‘내 마음은 죽어버린(erstorben) 듯/그녀의 모습 그 속에 차가워라’라는 부분에서 가수는 ‘죽어버린 듯’ 대신 ‘얼어붙은(erfroren) 듯’으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왜 가사가 다를까요?
지인이 가곡 가사 웹사이트를 참고해 ‘슈베르트가 작사자 빌헬름 뮐러의 원시(原詩)에서 여러 부분을 바꾸었다. 겨울나그네 속의 다른 노래들도 그렇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습니다. 다른 부분들은 슈베르트가 바꾼 그대로 불리고 있습니다. 유독 이 부분만 뮐러가 쓴 ‘얼어붙은 듯’이 함께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독일가곡 바리톤의 대명사인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도 ‘죽어버린 듯’과 ‘얼어붙은 듯’을 녹음 시기에 따라 바꾸어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문맥상으로는 ‘얼어붙은 듯’이 자연스러운 듯합니다. 곡 후반부에 ‘마음이 다시 녹을 때’라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슈베르트는 뮐러의 원시를 읽고 나서 화자(話者)의 삭막한 마음을 한층 절망적인 것으로 바꾸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요. 슈베르트의 슬픔이 작사자 뮐러의 슬픔보다 더 깊고 아득했던 것 아니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는 ‘겨울나그네’를 작곡한 1828년 31세의 나이로 사랑을 찾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