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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최영해]이정현 김덕중과 청와대 진돗개

입력 | 2014-12-09 03:00:00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부른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의 ‘정윤회 동향’ 보고서엔 ‘십상시’ 외에 이정현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과 김덕중 전 국세청장도 등장한다. 문건에 따르면 정 씨와 십상시 사이에서 교체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각각 6월과 8월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烏飛梨落)’고만 보기에는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문건에는 “이정현은 근본도 없는 ×이 VIP(대통령을 의미) 1명만 믿고 설치고 있다. VIP 눈 밖에 나기만 하면 한칼에 날릴 수 있다”며 청와대 안봉근 제2부속실장에게 적당한 건수를 잡고 있으라고 정 씨가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수석은 6·4지방선거 다음 날 돌연 사표를 내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어리둥절해했다. 세월호 참사 후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KBS에 압력을 넣었다며 KBS 노조가 이 수석을 검찰에 고발한 즈음이다. 나중에 7·30 보궐선거에 고향에서 출마해 금배지를 달긴 했지만 청와대를 나올 때는 정치적 장래가 불투명한 시점이었다.

▷김덕중 전 국세청장에 대해선 “일을 제대로 못한다. 장악력이 부족하다”고 적혀 있다. 김 전 청장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세금폭탄을 때려 재계에서 인심을 잃었지만 무능하다는 얘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김 전 청장은 올 8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임명되자 1년 반 만에 교체됐다. 당시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은 바뀌지 않았는데 국세청장만 경질된 것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정권의 성골(聖骨)이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박 대통령은 그제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청와대 진돗개(관저에서 키우는 새롬이 희망이)가 실세”라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 비선이니 실세니 모두 지어낸 말이라는 얘기다. 청와대 입주 당시 털이 뽀송뽀송하던 새롬이 희망이가 지금은 성견이 돼서 관저를 드나드는 사람들의 모습을 살피고 낯선 사람에게 짖어댄다. ‘문고리 권력’ 3인방에겐 희망이와 새롬이가 짖지 않는다는 말도 있다. 검찰이 실세와 비선을 잡으려면 청와대 진돗개에게 용의자를 데려가 보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