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에는 “이정현은 근본도 없는 ×이 VIP(대통령을 의미) 1명만 믿고 설치고 있다. VIP 눈 밖에 나기만 하면 한칼에 날릴 수 있다”며 청와대 안봉근 제2부속실장에게 적당한 건수를 잡고 있으라고 정 씨가 말했다는 대목이 나온다. 이 수석은 6·4지방선거 다음 날 돌연 사표를 내 청와대 출입기자들도 어리둥절해했다. 세월호 참사 후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KBS에 압력을 넣었다며 KBS 노조가 이 수석을 검찰에 고발한 즈음이다. 나중에 7·30 보궐선거에 고향에서 출마해 금배지를 달긴 했지만 청와대를 나올 때는 정치적 장래가 불투명한 시점이었다.
▷김덕중 전 국세청장에 대해선 “일을 제대로 못한다. 장악력이 부족하다”고 적혀 있다. 김 전 청장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세금폭탄을 때려 재계에서 인심을 잃었지만 무능하다는 얘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김 전 청장은 올 8월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임명되자 1년 반 만에 교체됐다. 당시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은 바뀌지 않았는데 국세청장만 경질된 것을 놓고 설왕설래하는 가운데 정권의 성골(聖骨)이 아니라는 말도 나왔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