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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장악 ‘3단계 터닦기’… 특수戰 훈련규모 1년새 20배로

입력 | 2014-12-11 03:00:00

[北 김정은 권력세습 3년]
<上> 先軍으로 체제 공고화




북한 독재자들이 늘 그랬듯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도 김정일 사망 후 3년간 자신의 체제를 공고화하는 수단으로 군사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김정은은 잦은 계급 강등 및 복권과 지휘부 교체로 군을 길들이면서 핵과 미사일을 비롯한 비대칭 전력 개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왔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동계훈련을 실시하는 등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외형상으로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핵 문제를 협상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선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해 비핵화 협상 기대마저 낮아지고 있다. 특히 경제 개발과 핵 개발 병진노선을 고집하면서 체제 생존을 위한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 핵물리학자이자 북핵 전문가인 미국 스탠퍼드대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10일 “북한은 2016년까지 약 20개의 핵폭탄을 보유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고 유기준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새누리당)이 전했다. 2010년 북한의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를 직접 보고 와서 공개했던 그는 “북한은 현재 1년에 4개 정도의 핵폭탄을 제조할 능력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소형화를 위해 앞으로 몇 차례 핵실험을 더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정일 사후 비대칭 전력에 다걸기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자 김정은은 이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은하 3호 발사를 시작으로 3년간 비대칭 전력 개발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걸프전 이후 한반도를 석권하기 위해 작전계획, 전력증강, 훈련 등 3박자를 맞춘 치밀한 전쟁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군사적인 부분에서 김정일이 못다 이룬 것을 김정은 체제에서 완성해 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은이 군사력을 강화하는 작업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친 것으로 평가된다. 김정일이 사망한 뒤에 김정은이 홀로 서기에 나선 첫해인 2012년엔 군부 길들이기로 군 조직을 장악했다. 이어 2년 차엔 비대칭 전력 중 파괴력이 큰 핵과 장거리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주력했다. 올해엔 재래식 무기와 신형 비대칭 무기 개발에 매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핵 소형화 능력은 가시화 단계에 들어왔다고 한미 군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올 10월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수직발사관을 지상에서 수차례 실험했고 동창리 미사일 발사대의 증축 공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능력은 한층 공고해지는 것으로 우려된다. 아직 북한이 SLBM을 장착할 수 있는 3000t급 이상의 잠수함을 보유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지만 사바급(1500t) 신형 잠수함에 함대함 순항미사일을 장착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전해졌다. 스텔스 기능을 갖춘 고속함정(VSV)도 건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들어서는 방사포 등 비대칭 재래식 무기를 보완하고 발전시키는 작업에 주력했다. 군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올해 총 113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체 시험을 실시했다. 예년에 비해 3∼4배 많은 수치다. 여기에 들인 비용만 최소 1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북한 주민의 2개월분 식량 구입비용(1400억 원)과 맞먹는 액수다. 북한이 올해 시험 발사한 발사체 중에는 한국 계룡대까지 타격 가능한 사거리(220km)를 보유한 300mm 신형 방사포와 KN-02 개량형 미사일도 포함돼 있다. 또 북한은 최근 1년 반 동안 사단급 주력 포인 122mm 방사포 400여 문을 전후방에 추가 배치했다. 군 관계자는 “올해 동계훈련에는 포병 부대 참가 규모가 전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 사상 최대 동계훈련으로 전쟁 준비 박차


이달 초 시작한 북한군 동계훈련은 사상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우리 군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0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서 이런 북한군의 동향을 보고받았다.

북한은 훈련 기간도 이례적으로 한 달 앞당겼다. 북한군 동계훈련은 매년 12월 초 중대급 전술훈련을 시작으로 대대와 연대, 사단, 군단급 순으로 참가 규모를 확대하면서 이듬해 2월 말∼3월 초 대부분의 병력과 전력이 참가하는 국가급 대규모 상륙훈련으로 마무리된다. 합동참모본부 고위 관계자는 “올해는 시작부터 육해공군 합동으로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기습 및 국지도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군은 야전부대의 전술기동훈련을 비롯해 해안포와 방사포 등 포병전력의 조준사격 훈련, 공군 전투기의 비상출격 훈련, 특수부대의 육상 및 해상침투 훈련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동계훈련에 앞서 실시한 특수부대 AN-2 수송기 강하훈련 규모가 전년보다 20배 늘어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저고도로 침투하는 AN-2는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아 북한의 또 다른 비대칭 전력으로 꼽힌다. 북한은 AN-2기 300여 대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군은 한미 연합정보자산으로 24시간 북한군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전쟁이나 국지도발의 징후는 없다”며 “하지만 전쟁 준비에 과도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정은이 국제사회의 북한 인권문제 제기 등에 불만을 품고 기습적인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국지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軍 다그치는 金… 리더십 부메랑 될수도 ▼

김정은 “2015년 전면전 대비” 공언… 軍의존 심화-잇단 숙청 이중 태도
나눠줄 ‘떡’ 없어 내부 불만 쌓여


군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면 리더십이 안정될까.

적어도 김정은은 이런 생각을 굳힌 듯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군 수뇌부의 계급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조직을 휘젓는 움직임은 군 내부 반발로 이어져 리더십 약화의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15년을 ‘통일대전의 해’로 선포하고 전면전 준비로 몰아붙이는 것도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의 무력권을 뺏어온 김정은이 내년 전면전 대비를 공언하면서 군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다. 군에 대한 장악력을 유지하려면 ‘떡’을 나눠 줘야 하는데 그게 여의치 않으면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김정일 사망 이후 최대 과제였던 권력 안정화를 위해 군 길들이기에 매진했다. 그 방법이 군 요직을 차지하고 있던 실세들을 밀어내고 군부의 힘 빼기에 집중한 것.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포격술 능력이 부진하다는 이유로 군단장급 이하 장교 전원이 2계급씩 강등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은 김정일 시대 군부 요직에 있던 원로들을 노동당의 통제 아래에 뒀다.

현재 군 핵심 간부들 중 계급 강등을 피한 간부가 없을 정도다. 김정은의 최측근인 최룡해 노동당 비서도 2012년 4월 차수(우리 군 대장보다 한 단계 높은 계급)로 승진했다가 8개월 만에 대장으로 바뀌었고, 이듬해 2월 차수로 복권했다.

이런 군부 길들이기에 지친 북한 군부에선 “인민군 별은 똥별” “김정은은 남조선이 보낸 고급 간첩”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 충성심을 유도하기 위해 수뇌부 계급을 들었다 놨다 하는 인사가 오히려 계급 간 위계질서를 무너뜨리고 “계급장이 고무줄이냐”는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성택 neone@donga.com·윤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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