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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신연수]‘지지 정당 없음당’

입력 | 2014-12-12 03:00:00


14일 중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에서 ‘지지 정당 없음당’이 화제다. 지지 정당이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당 이름이 재미있다. 홋카이도 비례대표구에서 사노 히데미쓰(佐野秀光) 당 대표와 그의 장모를 후보로 냈다. 일본에선 투표용지에 후보자나 정당 이름을 직접 적는데 선거관리위원회는 ‘지지 정당 없음’이나 ‘지지 없음’이라고 쓰면 이 정당의 표로 인정된다고 했다니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에도 이런 이름의 정당이 출현한다면 상당한 득표를 할지 모르겠다.

▷아베 신조 총리는 ‘강한 일본’을 내걸고 경기 부양과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했지만 최근 지지도가 급락하자 ‘중의원 해산’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일본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연립여당인 자민·공명당이 승리해 재집권이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일본 국민들이 “야당인 민주당은 더 못 미덥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참 많이 닮았다.

▷8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42.6%, 새정치연합 22.7%, 무당파가 26.0%로 나타났다. 그래도 막상 선거를 해보면 늘 51 대 49의 구도로 결과가 나오고 무소속이나 제3 정당은 설 자리가 없는 것도 한국 정치의 특징이다. ‘안철수 현상’이나 ‘반기문 현상’처럼 기존 정치권 밖에서 대안을 찾다가도 투표를 할 때는 정당을 보고 찍는 경우가 많다.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당선자의 99%가 무소속인 일본과 다른 점이다.

▷‘정치 혐오증’은 세계적 현상이지만 우리나라가 유독 심한 듯하다. 상당 부분 정치인들 스스로가 초래했다. 자질 미달의 정치인들이 막말과 몸싸움으로 이전투구를 벌이다 국민의 지탄을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죽 만만하게 보였으면 국회 상임위원회 도중에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이 차관에게 쪽지를 넣어 “여야 싸움으로 몰고 가라”는 조언을 했을까. 정치에 대한 냉소는 독재와 부패의 온상이다. 미워도 싫어도 정치에 관심을 갖고 선거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굳건히 하는 길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