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미국의 행동경제학자 유리 그니지와 존 리스트가 쓴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에 나오는 얘기다. 두 학자는 경제학의 틀을 통해 인센티브를 어떻게 활용해야 효과적인지를 알아내려 했다. 이를 위해 교육, 기업 운영, 기부금 모금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실제 실험을 통해 얻은 결론을 내놨다.
프로스포츠는 인센티브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 중 하나다. 올해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인 넥센 서건창의 내년 연봉이 9300만 원에서 2억7000만 원(222.6%)이나 오른 3억 원으로 껑충 뛴 것은 실적에 대한 보상이 확실한 프로스포츠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규시즌 1위를 해 상금이 나왔다고 하자. 선수들에게 “챔피언결정전이 끝나고 나중에 줄 테니 열심히 하라”고 하면 효과가 있을까. 결과는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일 것이다.
몇 년 전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시즌 1위 팀이 3위 팀에 완패했다. 당시 정규시즌 우승 구단은 “챔피언결정전을 마치면 보너스를 모두 합산해 주겠다”고 했다. 반면 정규시즌 3위 팀 구단은 어쨌든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며 일단 그에 대한 보너스부터 줬다. 선수들끼리는 못할 말이 없다. 시리즈가 시작하기도 전에 정규시즌 우승 팀 선수들 사이에서는 “3위 팀도 보너스를 받았는데 우리는 뭐냐”라는 말이 돌았다. 전력이 비슷하다면 승부를 가르는 건 분위기다. 어차피 쓸 돈이라면 나중보다는 지금이 중요하다.
당시 3위를 하고도 챔피언결정전에서 정상에 오른 팀은 삼성화재였다. 이 팀은 최근 2라운드(전체는 6라운드)를 전승으로 마치자 선수들에게 상품권을 지급했다. 성과를 올렸으면 많든 적든 그때그때 보상을 해 줘야 이후에도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게 이 구단의 생각이다. 올 시즌 프로배구는 전력 평준화로 어느 때보다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마지막에 웃으려면 ‘당근’의 크기를 떠나 보다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실,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에 나온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따로 있다. 시험을 보기 전에 미리 상금을 나눠준 뒤 성적이 오르면 그대로 두고 떨어지면 회수하는 것이었다. 10대 학생이 아닌 성인 프로 선수들에게 돈을 줬다 빼앗는 게 가능할지는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