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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조응천 “6월 떠도는 문건 靑에 넘겼더니 민정서 전화”

입력 | 2014-12-12 03:00:00

[‘정윤회 문건’ 파문/양천모임 vs 3인방 인사충돌]
“의도 뭐냐기에 당장 조사부터 하라고 소리쳐”… 인터뷰 통해 억울함 호소




“청와대는 내가 ‘정윤회 동향 문건’을 작성하고 유출시켰다고 단정하고 있는데, 대체 내가 박근혜 대통령과 싸워서 얻는 게 뭐가 있나…. 나는 박 대통령을 보좌하려 했지 싸우려 한 게 아니다. 답답하고 억울하다.”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사진)은 11일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연신 한숨을 쉬었다.

―‘정윤회 동향 문건’은 언제, 누구에게 보고했나.

“처음엔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사표를 낸다는 얘기를 알아보다가 비선그룹이 모임을 갖고 국정을 논의한다는 충격적인 보고를 접했다. 보고서로 만들어 1월 6일 김기춘 실장에게 1부, 홍경식 당시 민정수석에게 1부씩 드렸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조응천은 이상한 놈이다’라는 소문과 함께 박관천 경정을 경찰로 돌려보내라는 지시가 빗발쳤다. 박 경정은 2월 경찰로 돌아갔고, 나는 4월 15일 세계일보의 청와대 문건(다른 문건) 보도에 책임을 지고 경질됐다.”

―6월 말엔 시중에 돌고 있는 청와대 문건 일부를 회수했나.

“청와대 문건을 다량 갖고 있다는 사람의 연락을 받았다. ‘증거물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갖고 있는 것 일부’라며 100쪽 넘는 복사본 문건을 보내왔다. 경악했다. 청와대를 떠났지만 박 대통령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비서실장 등을 믿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 씨에게 건넸다. 애가 탔는데 조치가 없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함께 있던 오모 행정관에게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건네줄 것을 부탁했다. 제1부속비서관은 대통령을 수시로 만나는 자리니까.”

―조치는 이뤄졌나….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의도가 뭐냐’고 전화를 걸어왔다. ‘청와대 문서가 다량으로 돌아다니는데 그냥 두는 건 직무유기다’라고 고함을 질렀다. 민정수석이 교체됐길래 전화를 걸어 ‘심각한 일이 있다’며 수습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다시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무고(사실이 아닌 것을 거짓으로 꾸밈)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당장 조사부터 하라’고 소리쳤다. 배가 구멍이 뚫려 침몰하고 있는데 ‘누가 구멍을 냈나’고 하다니…. 직후 엉뚱하게도 오 행정관이 대기발령(7월 초)이 됐다.”

―청와대는 이른바 ‘양천 모임’을 통해 조 전 비서관이 문건을 만들고 유포시켜 왔다고 보고 있는데….


“내 이름(응천)과 박 경정(관천)을 따 양천이라고 이름을 붙인 모양인데, 그런 모임은 실체가 없다. 청와대가 지목한 그 모임 구성원들이 모인 적도 없고, 서로를 알지도 못한다. 박정희 정권 시절 정권이 증거도 없이 낙마시켜 구속한 윤필용 씨가 생각난다. 한마디로 ‘제2의 윤필용 사건’이다.”

―심경은….

“공직기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고 청와대에 갔다. 개가 누구를 보면 무조건 짖어야지 개가 ‘누굴까’ ‘짖을까 말까’ 고민을 한다면 그건 개가 아니다. 억울하고, 잠도 오지 않는다.”

조수진 jin0619@donga.com·이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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