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파문/양천모임 vs 3인방 인사충돌]
“의도 뭐냐기에 당장 조사부터 하라고 소리쳐”… 인터뷰 통해 억울함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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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사진)은 11일 서울 시내 한 커피숍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연신 한숨을 쉬었다.
―‘정윤회 동향 문건’은 언제, 누구에게 보고했나.
―6월 말엔 시중에 돌고 있는 청와대 문건 일부를 회수했나.
“청와대 문건을 다량 갖고 있다는 사람의 연락을 받았다. ‘증거물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갖고 있는 것 일부’라며 100쪽 넘는 복사본 문건을 보내왔다. 경악했다. 청와대를 떠났지만 박 대통령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김 비서실장 등을 믿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 씨에게 건넸다. 애가 탔는데 조치가 없었다.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함께 있던 오모 행정관에게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에게 건네줄 것을 부탁했다. 제1부속비서관은 대통령을 수시로 만나는 자리니까.”
―조치는 이뤄졌나….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의도가 뭐냐’고 전화를 걸어왔다. ‘청와대 문서가 다량으로 돌아다니는데 그냥 두는 건 직무유기다’라고 고함을 질렀다. 민정수석이 교체됐길래 전화를 걸어 ‘심각한 일이 있다’며 수습해 줄 것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다시 민정수석실 비서관이 전화를 걸어와 ‘무고(사실이 아닌 것을 거짓으로 꾸밈) 아니냐’고 물었다. 나는 ‘당장 조사부터 하라’고 소리쳤다. 배가 구멍이 뚫려 침몰하고 있는데 ‘누가 구멍을 냈나’고 하다니…. 직후 엉뚱하게도 오 행정관이 대기발령(7월 초)이 됐다.”
―청와대는 이른바 ‘양천 모임’을 통해 조 전 비서관이 문건을 만들고 유포시켜 왔다고 보고 있는데….
―심경은….
“공직기강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고 청와대에 갔다. 개가 누구를 보면 무조건 짖어야지 개가 ‘누굴까’ ‘짖을까 말까’ 고민을 한다면 그건 개가 아니다. 억울하고, 잠도 오지 않는다.”
조수진 jin0619@donga.com·이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