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도 서점가 화제 일으킨 ‘사토야마 자본주의’
그는 맹렬히 일하는 청년 사원이다.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고 출근해 제조업 회사에서 열심히 일한다. 저녁에도 고객사 관계자를 만나 접대하는 경우가 많다. 밤 10시가 넘어 집에 돌아와 곧바로 쓰러져 잔다. 평일에 친구를 만나거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 대신 열심히 일하는 만큼 돈벌이가 괜찮다. 철마다 유행하는 옷을 사고 와이셔츠 등 빨래는 세탁소에 맡긴다. 하루 세 끼 모두 외식을 하고 주말에 여행도 다닌다. 그 나름대로 ‘훌륭한 솔로’의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시골 사람들은 모두 여유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 시골 생활을 해보니 의외로 지출이 많지 않았다. 그는 주위의 조언을 받아 스토브를 하나 샀다. 연료는 시골 지천에 깔린 나무. 겨울에 난방비가 거의 들지 않았다. 전기밥솥 대신 스토브 열로 뚝배기에 밥을 지었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예전처럼 사용했지만 전체 광열비는 대폭 줄었다. 동네 주민들이 수시로 채소를 나눠주니 찬거리를 자주 사지 않아도 됐다. 도시에서 생활할 때보다 수입이 대폭 줄어들었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원시적인 삶’에 대한 재미를 느끼기도 했다. 게다가 개인 시간도 많아졌다.
A 씨는 도시와 시골 생활 중 어느 것에 더 만족감을 느낄까. 일본에서 발간된 서적 ‘사토야마(里山) 자본주의’(사진)는 A 씨의 시골생활이 훨씬 더 만족감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돈’으로 움직이는 자본주의에 물음표를 던졌다. 사토야마는 마을(里)과 산(山)의 합성어로 대자연과 도시의 중간 정도를 의미한다. 꼭 맞아떨어지는 우리말은 없지만 ‘시골’ 정도로 해석하면 적당하다.
저자는 모타니 고스케(藻谷浩介) 팀장을 중심으로 한 NHK 히로시마(廣島)취재팀이다. 그들은 자본, 금융, 서비스 등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현 체제에 반기를 들었다. 그리고 정작 21세기에 지향해야 할 자본주의에 대해 탐구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시골 자본주의’. 취재팀은 1년 반에 걸쳐 시골 자본주의에 대해 취재한 뒤 책으로 내놨다.
그들은 석유의 뒤를 잇는 새로운 21세기 에너지원으로 목재를 지목했다. 산림지역이라면 손쉽게 구할 수 있고 단가도 싸며 환경오염도 적다. 도시에서도 목재 연료를 쉽게 살 수 있다. 이외에도 돈에 의존하지 않는 시스템 구축, 목재 이용의 기술혁명, 세금과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반기, 커뮤니티 회복, 사토야마 자본주의를 통한 저출산 해결 등과 같은 화두를 던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