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일등석 승객. 사진=동아일보 DB
대한항공 일등석 승객
대한항공이 ‘땅콩 회항’와 관련해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사무장과 승무원에 대해 ‘폭언·폭행이 없었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를 반박하는 일등석 승객의 증언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사건 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바로 앞자리 일등석에 앉았던 승객 A씨는 13일 서울서부지검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A씨는 “여승무원을 일으켜 세워서 밀친 것을 봤다. (승무원이) 무릎 꿇은 상태에서 (매뉴얼을) 찾고 있었는데 ‘너 내려, 너 내려’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며 “목소리가 워낙 컸다. 뒤에 일반석 쪽에 커튼이 젖혀져 있었는데 일반석 승객들도 다 쳐다볼 정도였으니까…”고 말했다.
사무장을 내리게 한 것에 대해서는 처음엔 승무원만 내리라고 하다가 사무장에게 ‘당신이 책임자니까 당신 잘못’이라며 사무장을 내리게 했다고 증언했다.
다만 A씨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무장을 때리거나 욕설을 하는 모습은 직접 목격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동이 너무 심했다면서 정말 백 번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후 그런 일로 비행기를 돌렸다는 사실에 화가 나 콜센터에 전화해 항의를 했는데, 열흘이 지나서야 대한항공 임원이 전화해 모형비행기와 달력을 보내주겠다며 상황을 무마하려는 듯한 태도까지 보였다고 진술했다.
당시 ‘땅콩 회항’ 사건으로 해당 항공기에서 내리게 된 사무장인 박창진 씨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욕설과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 씨는 “대한항공 직원 대여섯 명이 거의 매일 집에 찾아와 ‘매뉴얼을 숙지 못해 조현아 부사장이 화를 냈지만 욕한 적은 없고 스스로 내린 것이라고 진술하라’고 강요했다”면서 “국토교통부로 조사를 받으러 가기 전에 ‘국토부의 조사 담당자들이 대한항공 출신 기장과 사무장으로, 조사라고 해봐야 회사 측과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씨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심한 욕설을 하면서 서비스 지침서 케이스의 모서리로 자신의 손등을 수차례 찔러 상처까지 났으며, 자신과 여승무원을 무릎 꿇린 상태에서 모욕을 줬고 삿대질을 계속하며 기장실 입구까지 밀어붙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그 모욕감과 인간적인 치욕, 겪어보지 않은 분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회사 측이)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거기엔 저와 제 동료인 승무원에 대한 배려나 미안함이라든지 품어주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일등석 승객. 사진=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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