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법과 관시(關系·인간관계) 어느 것이 이기냐고 묻는 분이 있습니다. 22년째 법률 자문을 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관시가 우선인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단연코 말합니다. 법이 우선입니다.”
주중 한국대사관이 11일 베이징(北京) 캠핀스키호텔에서 가진 교민들을 위한 중국 법률 안내서 ‘사례중심, 중국법 이럴 땐 이렇게’ 최신 증보판 발표회에서 덕현법률사무소 김덕현 박사(55·사진)는 강연을 통해 이렇게 강조했다. 대사관이 2012년 처음 비매품으로 이 책을 제작한 뒤 매년 개정판을 낼 때마다 덕현법률사무소는 대부분의 상담 사례와 법률 자문을 했다. 그동안 대사관측 공동 저자는 부장검사인 노정환 위성국 법무협력관으로 바뀌었지만 김 박사는 그대로다.
김 박사는 이날 출판 강연과 강연 후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문제가 생기면 법을 찾지 않고 사람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해결 순서가 틀려 어렵기도 하고, 시간과 금전상의 대가도 더 크게 치른다”고 강조했다.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에도 ‘동등 책임(피해자가 무단 횡단 등 관련 책임 사유 있을 때)’이 있으면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를 잘 챙기지 못해 터무니없는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에는 간통죄가 없다는 말을 어디서 듣고 배우자가 있는 사람이 중국에서 버젓이 딴 살림을 차리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중국에는 중혼죄를 처벌한다는 것을 모르고 하는 행동이지요. 물론 딴 살림을 차려서는 안 되겠지만요”
“그럼에도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로 관시도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관시라는 것은 법과 규정이 모호해 행정재량권이 작용할 수 있을 때, 충분히 그러한 재량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국 도착 24시간 내에 파출소에 신고 안하면 최고 2000위안(약 36만 원)까지 무는 규정이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사유를 설명하면 경감되거나 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 박사는 법률 분야 최고 명문인 베이징 소재 정법대에서 1996년 ‘외국인 1호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 박사의 강연은 생생한 실제 상담 경험에서 나온 것이어서 참석한 교민들의 공감을 샀다. 김 박사는 “대사관에는 무료 법률자문단이 있는데 이용하지 않는다”며 “교민들의 권리이자 자산인 만큼 마음껏 이용하시라”고 말했다. 대사관이 발간한 법률 안내서는 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으로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