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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견제세력 몰락… ‘우경화 마이웨이’ 가속화될 듯

입력 | 2014-12-15 03:00:00

[日총선 자민당 압승]




“아베의, 아베에 의한, 아베를 위한 선거다.”

14일 일본 중의원 총선을 앞두고 자민당의 한 의원은 이번 선거의 성격을 이렇게 규정했다. 뚜껑을 열어 보니 말 그대로였다.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개헌선인 317석을 넘는 압승을 거두면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여성 각료들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아베노믹스 난항 등 자신을 괴롭혔던 각종 문제에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또 내년 9월 치르는 3년 임기의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도 무난히 재선할 것으로 보여 지금까지의 임기를 합쳐 적어도 5년 이상 장기 집권할 것이 확실시된다.

○ 자민당 독주, 군소 정당 몰락

제1 야당인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현행 62석을 약간 웃도는 의석을 얻는 데 그쳐 자민당의 독주를 막지 못했다. 민주당은 아베노믹스의 실패를 부각하는 방향으로 선거운동을 펼쳐왔다. 선거 막판 자민당이 300석을 넘을 것이라는 언론사 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민당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고 읍소해 그나마 현상유지를 했다.

모든 이슈에서 자민당과 대척점에 선 공산당은 ‘반(反)아베’ 표를 흡수한 덕분에 2000년 중의원 선거 이후 14년 만에 두 자릿수 의석 확보가 확실시된다.

하지만 나머지 군소 정당의 성적표는 ‘몰락’ 수준이다. 특히 고노(河野)담화를 공격하는 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극우적인 시각을 드러냈던 차세대당은 19석에서 2∼6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NHK 출구조사에서 나타났다.

자민당의 독주는 ‘대안 야당’이 없기에 가능했다. 야당은 ‘아베노믹스 실패’를 집중 비판했으나 자기만의 경제 해법을 내놓지는 못했다. 집단적 자위권, 특정비밀보호법, 개헌 등 안보 이슈도 선거 쟁점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낮은 투표율도 조직표가 강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일본 총리의 차남으로 이날 당선된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자민당 의원은 “열광 없는 선거에 열광 없는 압승이었다”고 말했다.

○ 개헌 가속화, 한일 경색은 그대로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 승리를 ‘국민의 전권 위임’으로 해석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내년 4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뽑는 통일지방선거가 끝나면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따른 자위대법 등 안보법제를 본격 정비할 예정이다.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도 이때 함께 손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아베 총리는 내년 8월 15일 일본 패전 70년을 맞아 새로운 역사 해석을 담은 ‘아베 담화’를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숙원사업을 이어받아 평화헌법 개정에 본격 나설 것이라는 게 일본 정치계 안팎의 관측이다.

개헌 발의를 위해선 중의원뿐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참의원(전체 242석)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의 연립여당 의석수는 134석에 그쳐 3분의 2(162석)에 못 미친다. 하지만 유신당(11석), 차세대당(7석) 등 일부 야당이 개헌에 찬성하고 있고 민주당(58석) 내부에도 개헌 찬성파가 있어 이들을 규합한다면 3분의 2 의석 확보도 가능하다.

만약 아베 총리가 개헌에 본격적으로 나서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를 금지한 헌법 9조까지 고치려 한다면 주변국과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장기 집권의 틀을 마련한 아베 총리가 여유가 생긴 만큼 주변국과의 갈등을 관리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정국 주도권을 재확인한 아베 총리는 기존 외교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여 한일 관계는 선거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한중일 정상이 모두 환영했던 3국 외교장관회담은 내년 초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과거사 인식에 변화를 보이지 않는 한 한일 정상회담 개최도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 ::

의원내각제인 일본 국회는 중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으로 구성돼 있다. 중의원 임기는 4년으로 총리가 임기 만료 전 언제든지 해산할 수 있다. 총 242석인 참의원 임기는 6년이다. 3년마다 절반인 121명을 새로 뽑고 조기 해산은 없다. 중의원은 예산과 법안 심사에서 참의원보다 권한이 크다. 예산은 참의원 의결과 상관없이 중의원 결정을 따른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배극인 특파원 / 조숭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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